[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1974년 출시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는 40여년이 넘도록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국내 가공유 브랜드 중 최초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대형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제품의 독특한 단지 모양 용기는 대중에게 익숙하다. 빙그레는 차세대 제품 전략으로 기존 우유 향료를 사용하지 않는 색다른 제품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를 단지 모양 용기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지난 2월 출시한 '오디맛우유'에 이어 11월 출시한 '귤맛우유'가 소비자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입사 후 현재까지 10년간 '바나나맛우유' 관련 마케팅 실무를 맡아온 이수진 빙그레 Dairy제품팀 마케터를 만나 이번 제품 출시 과정과 최근 우유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빙그레가 최근 출시한 '귤맛우유'는 '세상에 없던 우유'란 콘셉트에 맞게 시장에서 독특한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품을 출시한 배경은 무엇인가.
요즘은 그야말로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같다. 구체적으로 '개취(개인 취향)', '취저(취항 저격)' 등 표현이 보편화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해당 단어처럼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받고 있다. 또 미디어만 보더라도 기존에는 몇 개의 국한된 채널에서, 이제는 모든 관심사에 대한 영상을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튜브란 매체가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는 최근까지 대세로 여겨지던 포털 등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빙그레에서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없던 우유를 한정판으로 기획해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수진 빙그레 Dairy제품팀 마케터가 '바나나맛우유'와 '귤맛우유'를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빙그레
'귤맛우유'에 앞서 같은 콘셉트의 첫 번째 제품으로는 '오디맛우유'를 선보였다. 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우리도 정말 재미있던 경험이 있었다. '새로운 맛'에 대한 반응도 있었지만, 세계적 색채기업 팬톤(Pantone)이 선정한 '올해의 팬톤 컬러'였던 울트라 바이올렛과의 매칭도 흥미를 줄 수 있는 요소로서 SNS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란 단어를 활용한 말장난 등으로도 재미를 더했다. 이른바 '급식체'인 "오지다, 지리다"를 활용해 "오디고, 디리고" 등 방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젊은 층의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층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므로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오디맛우유'는 한정판이었던 만큼 6월까지만 판매했다. 이후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고, 그 결과 두 번째 제품인 '귤맛우유'를 선보이게 됐다.
입사 후 10여년간 '바나나맛우유'와 관련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국내 우유 시장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최근 몇 년간 웰빙 등의 열풍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귀리 우유, 아몬드 우유 등 식물성 우유 제품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시장에서도 식물성 우유 등 비유제(non-dairy) 카테고리에서의 신제품 또는 새 브랜드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비유제 카테고리가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우유 제품과 비교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소비자 인식도 점차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아 감소 등 영향으로 우유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 방안은.
출산율의 감소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반면, 노인 인구의 증가로 시니어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도 그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만 주력했다면 이제는 시니어 시장에도 주의 깊은 관심을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현재 겪고 있는 침체를 극복할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으로, 특히 시장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유뿐만이 아닌 식품업계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식품은 제품 간 연관성이 비교적 많은 시장인 만큼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함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나나맛우유'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바나나맛우유'가 우유 시장에서 '빅 브랜드'이다 보니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지켜야 할 가치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추가해야 할 가치 사이에서 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바나나맛우유다움'을 유지하면서도 단순한 '장수 브랜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핫한 '요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정한 '빅 브랜드' 또는 '장수 브랜드'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결코 현재 위치에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만족한 경험은.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했다. 아무래도 기성세대 소비자와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만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TV 광고가 중심적인 캠페인에서 보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벌여 왔다. 특히 지난해에 진행했던 '마이스트로우(My Straw)' 캠페인은 클리오 광고제에서 통합캠페인 부문 금상과 제품혁신 부문 은상, 뉴욕페스티벌에서 동상 등 세계 3대 광고제 중 2곳에서 수상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 캠페인에서는 '바나나맛우유'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에 착안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색 빨대 5종을 개발해 영상으로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영상이 수천 명의 대학생이 직접 선택하는 '대학생이 뽑은 좋은 광고'에 선정된 것이 가장 뜻깊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브랜드는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모양은 1974년 출시 그대로이지만, 브랜드 매니저로서 지낸 10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이 있었다. 그 역사 속의 일부가 될 수 있어 영광이란 생각이 들고, 더 오랜 기간 브랜드가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계속해서 변해가는 환경에서 더 다양한 시도로, 더 새로운 방법으로 '바나나맛우유'가 가장 매력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의 두 번째 제품 '귤맛우유' 제품 이미지. 사진/빙그레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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