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9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피감독자 간음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실형 구형과 함께 신상공개와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앞서 1심 결심 공판에서도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대선 후보였던 유력 정치인이자 상급자였고, 피해자는 비서로서 감독받는 하급자였다. 피해자가 속한 도청 조직은 피고인 한 사람만 위해 사람이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며 "피해자는 수행비서로 피고인 지시에 즉각적으로 응해야 하는 업무상 특성이 있었다. 피고인은 이 업무상 특성을 이용해 피해자를 불러 간음하고 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 본질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할 수 있다. 감독하는 상급자 권력에 따라 하급자를 추행했다"며 "피고인은 합의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가 없다. 시간과 장소 등이 피고인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무한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한다"면서도 "제가 경험한 사실들은 고소인의 주장과 상반된다. 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김씨는 장윤정 변호사가 대독한 최후 진술에서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자신의 수행비서를 맡은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7~8월 5차례 기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 등도 받는다. 안 전 지사에게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지난해 8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를 제압했다는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공소사실 전부 범죄 증명이 없다"며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처럼 피해자가 성관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적이 없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다고 해도 현재 우리 처벌 체계 아래에서 성폭력 범죄로는 볼 수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희정(가운데)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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