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지난 7~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중순 베트남에서 개최되고, 3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된다면, 이는 지난 1948년 남북 분단 이후 북측 최고지도자의 사상 최초 서울 방문이 된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실질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연내 답방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고 내년에도 자주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 향후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재차 피력했다.
김 위원장 개인의 서울 방문 의지는 매우 강하다는 후문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5일 팟캐스트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작년 9월19일 옥류관 오찬 때 옆에 앉은 통일전선부 핵심인사에 물었더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말렸는데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서 간다고 그랬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불발된 이유를 "답방하면 무슨 선물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지금 (국제사회) 제재 하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북경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계적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에 일정부분 합의를 이룬다면, 남북 경협사업이 탄력을 받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없고 대가없는 재개'를 언급했고, 문 대통령도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를 환영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
미국의 양해를 얻어 우리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거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을 일부 재개한다면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취할 여지가 넓어진다. 이는 재차 미국의 제재완화와 북미 관계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종의 남북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2차 북미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둔다면, 이어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선 지난해 논의됐던 '종전선언-평화협정'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향후 '남북미 선순환 로드맵'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보다 급격히 가까워지고, 북미관계는 험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다 강력해질 미국의 대북제재로 그간 남북정상이 합의해왔던 다양한 교류 협력사업도 암초에 부딪힐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도 비핵화에 부정적인 북한 내부 강경파들이 힘을 얻으면서, 김 위원장이 추진해온 개혁개방과 '비핵화-경제개발' 노선이 근본적으로 재검토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중국의 전통 중의약방 '동인당'에 방문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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