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130여명의 15일 대화 키워드는 '투자와 혁신, 그리고 소통'이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강화와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앞장서 주기를 거듭 당부했다. 또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정부내 전담반 설치'를 약속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소통강화에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타운홀미팅 형식의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 -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주재했다. 행사장은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원형으로 배치됐고, 행사장 가운데는 참석기업의 CI 팻말이 놓인 세계지도 구조물이 설치됐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사회로 토론이 본격 시작했다. 총 17명의 기업인들이 발언했고, 그에 대해 문 대통령 등 정부관계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재킷을 벗어던진 격식 없는 대화였다.
황창규 KT회장은 5G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산업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송무석 삼강M&T 대표이사는 경상남도와의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발표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규제 필요성에 대한 책임을 담당 공무원이 지도록 하는 일종의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도입을 주장했다. 최태원 SK회장은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주의할 점과 사회적기업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발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위해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는 우리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집중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정부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오히려 소극적 행정에 대해서 문책하는, 그래서 적극행정을 더 장려해 나가는 그런 행정 문화까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토론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일부 기업 총수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이어갔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의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다. 산책은 청와대 영빈관에 시작해 본관 소나무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약 25분간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간다"고 화답했다. 이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태원 회장이 웃으며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했고,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농담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면서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반도체 비메모리 진출상황을 묻자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면서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인데 한국이 10조원 정도밖에 못한다"며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원은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반색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대북사업과 관련된 현대그룹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산책을 마치고 현정은 회장과 악수하면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문 대통령의 게임업계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토론장에서 문 대통령의 바로 왼쪽 옆자리에 앉았고,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행사 종료 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 산책에 동행했다. 다만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의 김정주 대표는 초청받지 못했다. 이는 최근 김 대표의 ‘회사 매각 추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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