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충치와 치통이 주를 이루는 치과 진료는 당장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방문을 미루는 일이 많다. 때문에 치주질환은 2017년 기준 외래 진료 환자가 1500만명을 넘어 다빈도 질환 2위를 기록했으며, 전년대비 진료비 증가율(12.7%)은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치주 질환이 심해지면 이를 뽑아야 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 전신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방치 시엔 심혈관질환과 조산 등의 발생 확률이 최대 7배까지 늘어날수 있다. 아무리 칫솔질을 잘해도 칫솔모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해 다른 문제가 없는지 검진과 스케일링 등 관리 치료를 받아야 치아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는 치주조직도 영향을 받는다. 콜라겐과 세포 합성에 손상을 끼치고 콜라겐 분해효소를 강화해 치주 조직과 잇몸뼈가 소실되기 때문이다. 강경리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교수는 "잇몸에 염증이 심하면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으며, 당뇨병으로 혈당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정상인과 비교하여 치주 질환 발생이나 치주질환의 진행 속도가 2~3배나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치주질환을 치료하면 당뇨도 호전될 수 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이 임상 치주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스케일링 등 치주질환 치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는 6개월 뒤 당화혈색소 수치와 아침 공복혈당이 모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주질환은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등 뇌혈관계 질환, 알츠하이머로 대표되는 뇌신경계 질환, 출산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주질환자는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보다 25% 높으며, 폐렴 발생률 4.2배, 저체중아·조산 위험이 최대 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경리 교수는 "혈액을 통해 이동한 균이 동맥경화를 촉진하기도 하고,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가 폐렴을 발생시키는 등 전신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또 치매환자의 뇌조직에서 치주병원균이나 관련 물질들이 발견되는 등 치매와 치주질환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잇몸이 부었다가 가라앉는 등의 증상을 방치하면 치주조직은 파괴되기 시작한다. 젊을 때는 치주조직 파괴가 시작돼도 남아있는 잇몸뼈가 치아를 지지할 수 있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치주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구취와 함께 잇몸이 붓고 쉽게 피가 나며, 잇몸이 내려가서 치아 뿌리가 노출된다. 또 흔들려서 잘 씹을 수 없는 등의 치주질환 증상이 나타나며 치주조직의 파괴도 심해진다. 더 심해지면 치아가 저절로 빠지기도 한다.
빠진 치아는 임플란트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주질환에 의해 빠진 치아는 주변 치조골 파괴가 심한 경우가 많아 임플란트 식립을 위해 골이식술 등의 부가적 수술부터 내원 횟수, 치료비용 및 치료기간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큰 불편감이 없어도 젊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스케일링으로 치주조직의 건강을 관리해야한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스케일링부터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입안에 쌓인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지 않으면 치석이 치아 뿌리 방향으로 진행돼 염증이 심해지고 치주염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미 형성된 치석은 칫솔질로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에서 제거해야 한다. 스케일링은 만 19세 이상이면 매년 1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한편, 스케일링 후 치아가 시리고 흔들리는 이유는 치석이 떨어져 나가면서 치근면이 드러나게 되고, 염증으로 부었던 잇몸이 가라앉게 되면서 잇몸 속 치근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칫솔질을 잘하고 시간이 지나면 시린 정도는 줄어들고 건강해진 치주조직에 의해 치아의 흔들림은 줄어든다.
단순 통증과 충치를 넘어 다양한 질환의 발병확률을 높히는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스케일링이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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