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현지 방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경제발전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향후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청사진으로 삼을 만한 곳들을 두루 둘러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해 6월11일 저녁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오페라하우스 격인 에스플레네이드 등을 깜짝 방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싱가포르 야경을 본 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려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 10위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달성할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싱가포르의 야경을 보며 북한의 앞날을 점쳐본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베트남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로 꼽힌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1995년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면서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활발한 외자유치 등을 통해 최근 몇 년 간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14일 평양 방문 시 "북한이 요청할 경우 베트남은 국가개발과 사회주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 방문기간 중 경제시찰을 적극 지원·장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경제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들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동선 사전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북한체제 특성상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알려진 사실이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사전답사 장소를 통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내 동선을 점쳐볼 수 있다. 김 부장은 지난 17일 베트남 박닌성 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주변을 차로 이동하며 둘러보고, 하노이 동쪽 꽝닌성의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닌성과 인근 타인응우옌성 산업단지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끄는 베트남 도이머이(쇄신) 정책의 산실이다. 삼성전자가 각각 2008년과 2013년에 완공한 스마트폰 1·2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만일 김 위원장이 한국 대기업도 투자한 베트남 산업시설을 전격 방문한다면 비핵화를 통한 북한의 경제개발 의지를 다시금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중이던 지난달 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 전통 제약회사 동인당의 공장을 시찰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이재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제약·의료산업과 동인당의 과학기술 발전을 평양제약공장의 현대화 모델에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삼성전자 공장까지 방문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꽝닌성 하롱베이 방문 가능성도 높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 등을 통해 관광산업을 경제발전의 또다른 동력으로 삼으려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매력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롱베이는 김일성 주석이 1964년 두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둘러본 곳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11~12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하롱베이를 찾았으며 선상투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원산 갈마지구 개발 모델로 참고하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하롱베이를 찾을 경우 인근에 위치한 베트남 인민군박물관과 우호협동조합 사업장 등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제3의 도시인 하이퐁도 방문 가능 장소로 꼽힌다. 하이퐁은 항구도시라는 이점을 이용해 LG전자 등의 한국기업과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대거 모여있는 곳이다. 리 북한 외무상도 지난해 하이퐁을 다녀갔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방문과 같이,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찾을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국가컨벤션센터(NCC)와 바딘광장, 주석궁 등 하노이 명소와 함께 스카이라인까지 둘러볼 수 있는 롯데호텔 전망대가 대표적인 예다.
이와 별도로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경우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겸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과 베트남 '국부'인 호치민 주석 묘 참배, 생전 거처 방문 등도 상정할 수 있다. 하노이 북동쪽 박장성 추모공원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지원군으로 파견됐다 숨진 북한군 14명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차 북미 정상회담 하루 전인 지난해 6월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방문해 주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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