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업을 흔드는 외국 투기자본
2019-02-28 06:00:00 2019-02-28 06:00:00
김재홍 산업1부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에 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주주들에게 제시한 4000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양사가 엘리엇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현대차는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는 2조5000억원을 배당해야 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1조6450억원, 1조8882억원으로 엘리엇 요구금액과 비교하면 28%, 7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양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26일 주당 기말배당 3000원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며, 우선주까지 더하면 배당금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과 배당을 모두 공시한 309개 기업의 평균 배당 성향은 약 21%다. 반면, 현대차의 배당 성향은 2017년 27%에서 2018년 71%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발행주식의 3%에 해당하는 939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이달말까지 2500억원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도 3년간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올렸고 3년간 예상 배당금 규모는 1조1000억원을 넘는다. 또한 앞으로 3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올 하반기 4600억원 어치의 자사주도 소각할 예정이다. 
 
오히려 엘리엇이 과도한 배당 요구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제안 내용은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지난해 엘리엇이 주가 하락으로 인해 30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엘리엇의 제안이 주주들에게 단기적인 이익을 줄 수 있지만 현대차와 모비스의 미래 기업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로 패러다임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래차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엘리엇은 지난해부터 양사에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 '잉여현금의 불투명한 운영', '주주환원 정책 미흡', '지배구조 개선' 등의 그럴싸한 명분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포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들의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며,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흔들기에 불과하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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