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 제안에 대해 모두 찬성 결정을 내렸다. 최근 글래스 루이스, IS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현대차그룹에 손을 들어주면서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차, 모비스 주총에서 엘리엇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분위기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위원회)는 14일 현대차, 모비스, 기아차 등의 정기 주총 안건의 의결권 방향에 대해 심의했다. 이번 심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17조의3 5항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자핵임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위원회는 현대차, 모비스의 제안에 모두 찬성했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배당결정)의 건에 대해서 엘리엇의 배당수준 등이 과대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배당 방안을 발표한 반면, 엘리엇은 현대차 1주당 2만1976억원, 현대모비스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 중 엘리엇의 제안은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반대했고 현대차, 모비스 제안에는 찬성 결정을 내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추천한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에 대해 "수소연료전지를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으로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과 관련해서도 위원회는 찬성 결정을 했지만 특정일가의 권력 집중 등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소수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등 엘리엇이 제시한 정관 일부변경에 대해서는 회사 규모, 사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도 14일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22일 주총은 현대차가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사진/뉴시스
최근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를 비롯해 국내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도 배당 안건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방안에 찬성, 엘리엇 제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가세하면서 22일 현대차, 모비스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에 완승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현대차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모비스가 21.43%, 정 회장 5.33%, 정 부회장 2.35% 등 29.11%가 현대차그룹 특수 관계인 지분이다. 국민연금은 8.7%, 외국인은 44.5%다. 모비스 지분구조도 기아차 16.88%, 정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은 30.17%, 국민연금 9.45%, 외국인 46.4%다.
현대차, 모비스의 특수 관계인 지분에 국민연금 지분을 더하면 40%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 권고를 감안하면 엘리엇이 기대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도 상당 부분 현대차그룹 안에 찬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지나치게 고배당을 요구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면서 "현재 분위기라면 표대결은 무의미하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쉽게 상황이 정리됐다"면서 "엘리엇의 전략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위원회 결정에 대해 "회사의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에 힘을 실어준 결정"이라면서 "현대차와 모비스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아차는 15일 주총을 개최하며, 정 부회장과 박한우 사장의 시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위원회는 정 부회장과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는 찬성했지만 남상구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의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건에는 반대 결정을 했다. 위원회는 "남 전 원장은 한전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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