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스마트폰은 미국에서 시작돼 한국, 중국으로 넘어갔는데 증강현실(AR)은 미국에서 바로 중국으로 가고 있어요. 한국은 개발·생산 없이 소비만 하는 시장으로 남을지 걱정 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R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해외 기업들의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했다. 현재 글로벌 AR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로 기기와 콘텐츠를 개발하며 앞서갔지만 중국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R 글래스 시장에서 가장 앞선 제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가 꼽힌다. AR을 준비 중인 한 국내 ICT 기업 관계자는 "AR 글래스는 이미지가 실제 배경의 공간과 움직이는 모션을 인식하게 그에 맞게 상호작용까지 하는 단계까지 가야하는데 현재 모두 가능한 것이 홀로렌즈"라며 "대부분의 AR 콘텐츠 기업들이 홀로렌즈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제휴를 맺은 매직리프도 AR 글래스를 선보이며 MS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엔리얼도 가성비를 갖춘 AR 글래스를 선보였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AR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관람객이 중국 엔리얼의 AR 글래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하지만 AR 시장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처럼 대규모의 투자를 할 기업이 많지 않다. 특히 AR 글래스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와 달리 고도의 광학기술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얇고 가벼우면서도 화각이 넓은 AR 글래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화각이 좁거나 착용하기에 너무 무겁고 두꺼운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AR 글래스의 가격도 관건이다. 첨단 기능을 갖췄지만 너무 가격이 높으면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AR 글래스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해도 콘텐츠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B2C(기업·소비자간거래)용 게임·미디어를 비롯해 제조·물류·의료 등에 쓰일 수 있는 B2B(기업간거래)용 콘텐츠도 필요하다.
AR 광학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레티널의 최경온 이사는 "AR 기기와 운영체제(OS)까지 MS 등 해외 기업이 선점하고 있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구글)와 iOS(애플)처럼 한국이 종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내 AR 시장이 해외에 뒤지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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