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외화유동성 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의 해외자산 투자 확대를 유도해 대외지급능력과 대외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응해 대외지급능력 강화해야' 주제의 자료를 보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내국인의 해외자산 투자로 이어질 경우, 외화유동성 위기를 억제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내국인의 해외자산 투자는 원화 강세 압력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연구원 분석결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충격에 이은 경제 위기 발생할 경우에도 내국인 해외투자자금의 국내환류 규모가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 규모를 상쇄하고 있었다.
2014년 이후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 자금의 규모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을 상회하는 구조가 공고화된 데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위기 발생 시에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혹은 신흥국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 시장에 투자됐던 자금이 국내로 환류되거나,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익이 발생하면서 내국인의 해외투자자금이 국내로 다시 유입되고 있었다.
이러한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로 내외금리차가 곧바로 자본자출로 이어지는 위험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 미 금리인상 충격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신용스프레드 확대, 장기금리 및 환율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으나, 현재는 자본유출입 측면에서는 순유입이 발생하고 있었다.
미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되면서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신흥국의 대응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해 5월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없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과정에서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져도 미 통화정책 정상화 때문이 아니라는 묵시적 경고를 했다.
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외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 '경상수지 흑자-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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