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검토한 결과 기존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세먼지 추경 규모는 검토 중이지만, 조 단위 규모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 부총리는 '미세먼지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요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냐'는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의 질의에 "사회재난에 해당한다"고 답하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고용 문제 역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 대규모 재해 등 자연·사회재난이 발생하거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그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분배와 고용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경제활력 제고, 혁신확산, 민생개선 등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고, 기업심리지수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대외금융시장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민생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 등 경기 흐름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경 계획에 야당은 일제히 '미세먼지 핑계를 댄 경기 부양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식 의원은 "미세먼지는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지난해 본예산 짤 때 체계적으로 했어야 했다"며 "이번 추경은 경기 대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도 "대통령의 추경 언급 당시 부총리는 미세먼지 대응을 1차적으로는 기존 재원으로 하겠다고 했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1조원 정도 예상된다 했는데, 지금은 뻥튀기가 되서 10조원 규모로 얘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오히려 추경 규모를 더 늘릴 것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 추경이 아니라 '안전 추경'으로 방향을 잡고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에 20조원 이상을 편성해야 한다"면서 "미세먼지도 안전 추경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미세먼지 추경 검토와 함께 국민 안전 SOC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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