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백주아 기자] 잊을 만하면 나오는 화폐단위 축소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화폐단위가 타 선진국에 비해 큰 만큼 1000원을 1원으로 줄이자는 식의 논의인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통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4일 경제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3명은 반대를 2명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 의견의 전문가들은 비용은 분명하나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금융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반명 찬성 의견은 국제적 위상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고, 계산상 불편함도 덜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단행해야 한다고 봤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사실상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사회적 적응 비용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고려하면 편익보다는 비용이 클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윤 교수는 "1000원이 1원이 되는 게 쉬워보일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과 작아진 숫자에 적응하는 기간도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며 "특별히 도움이 되는 정책도 아닌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실물 화폐 자체가 줄어드는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결국 소외 계층만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리디노미네이션 정책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정보도 많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결국 정책에 제대로 쫓아가기 힘든 금융약자만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비용은 명확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며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논의로 이보다는 화폐 안정에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교수와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찬성을 나타냈다.
양 교수는 타 국가에 비해 우리가 고액을 쓰고 있다는 것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양 교수는 "국제적 위상이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투자 비용은 화폐 발생 비용에서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홍 교수는 화폐단위가 클 경우 통계 작성에 어려움이 있고 리디노미네이션이 검은돈 양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사회적 혼란이 단기간은 있겠지만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며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 단행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정하·백주아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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