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형마트와 카드사의 수수료 협상 논의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될 조짐이다. 앞서 자동차 업체의 수수료 협상이 재협상을 거치며 당초보다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진 선례가 있는데다, 이미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 카드사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적대고 있다. 다만 정부가 대형가맹점의 판촉마케팅 비용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입김이 세지면서 대형마트와의 줄다리기는 한층 팽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결제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마트 3사는 8개 카드회사와 카드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9일 카드회사들이 수수료 인상에 대한 공문을 발송한 지 대략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상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대형마트와 카드사가 협상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의를 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협의가 늦어지는데는 앞서 현대자동차와 일부 카드사가 맺은 수수료 협상이 재협상을 거치며 당초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책정된 선례가 작용한 듯 보인다. 현대차는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에서 계약해지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 카드업체들이 제시했던 인상률을 절반 수준까지 낮췄다. 이에 대형마트도 수수료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인내심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카드사는 이미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일부터 카드회사는 사전에 고지한 인상된 수수료를 대형마트로부터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에서 결정된 수수료율을, 협상 기간 동안에도 소급 적용하느냐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카드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상분이 적용 중이고, 협상 결과에 따른 수수료율을 소급 적용을 할지 안 할지도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처벌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후속 조치로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판촉비용의 과다 지출을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주요 대형가맹점 대상 카드사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수수료 비용의 62%를 판촉비용 등의 이익으로 돌려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형마트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카드업체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유통업체가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은 4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3%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영업이익이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하락했으며, 홈플러스 역시 수익성이 하락세다.
카드업계 측에서는 이번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을 통해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면서 기존 수수료 인상율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카드사 노조가 집회를 통해 수수료 인상을 금융당국에 주문하고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수수료 협상이 당분간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계 카드 노조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고 금융위까지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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