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물어보면 B를 대답하니까, 설득을 겨우겨우해 다시 물어보면 이번엔 A’를 대답한다.”
김학의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윤중천씨의 진술 태도를 두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이후 법무부 과거사위 수사 권고를 통해 수사단이 꾸려졌지만 재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조사단 기록에 윤씨의 뇌물공여 인정 진술이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결국 검찰이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검찰 스스로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재수사에 힘써야 하지만, 이전 단계에서 검찰이 검찰권 남용을 했는지, 어떤 혐의 수사가 부족했는지를 규명해야 했던 조사단의 공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사단은 또 2013년 경찰이 김학의 게이트 사건을 맡았을 때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며 곽상도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참고인의 진술 일부분만 듣고 판단했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과거사위는 지난 8일, 앞서 조사단이 권고 요청했던 윤씨와 윤씨 내연녀로 알려진 권모씨가 서로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맞고소한 재수사를 추가로 권고했다. 기존에 권고한 뇌물과 수사외압에 대한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인 시점에 이미 한번 고려했던 무고 혐의를 지금 와서 다시 권고한 배경 역시 납득이 되지않는다. 게다가 김 전 차관이 빠진 윤씨와 권씨 간의 무고 사건이라 사건의 본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과거사위는 단순한 무고 사건이 아니라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결론에도 충분한 조사와 판단이 있었는지는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의문이다.
일단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 심문에 집중해 원점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사건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이 9일 검찰에 출석해 14시간 상당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윤씨와의 대질신문도 원치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발언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도 수긍이 되진 않는다. 윤씨 역시 수사단 수사과정에서 윤씨가 ‘김 전 차관이 집 한 채를 요구했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윤씨의 진술이 계속해서 번복되고 있어,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조사단 활동기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성범죄 혐의에 대한 권고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조사단은 더 이상 진상을 흩뜨리기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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