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파산?…"상병수당 도입 필요"
OECD 주요국은 공적 영역 지원…한국은 제도 없어
2019-05-19 06:00:00 2019-05-19 06: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근로자들이 질병을 경험할 경우 소득 상실이나 실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겪게 되는 경제적 위험을 고려해 이들의 실직과 소득 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일 근로자들이 질병을 경험할 경우 소득 상실이나 실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사진/뉴시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질병으로 인한 가구의 경제활동 및 경제상태 변화'에 따르면 중증질환을 경험한 직후 개인의 경제활동참여 정도와 근로소득이 감소하고 최저임금 이하인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근로소득 또한 감소했는 데,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을 받는 비율과 최저생계비 이하 근로소득을 받는 비율이 증가했다.
 
심층면접을 통한 질적 연구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질병이 발생할 경우 사업장에서 고용돼 일하던 근로자들은 대부분 실직을 경험했고,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폐업을 선택했다. 사업장에 업무 외 상병 관련 휴가 혹은 휴직 제도가 있어 아픈 기간 동안 직장을 유지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관련 제도가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무급이었다.
 
문제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치명적인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충격을 완화하는 제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공적 영역에서 상병 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고, 근로기준법은 업무 외 상병과 관련해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무원을 제외하면 사업장에 따라 취업규칙 혹은 노사협약을 통해 관련 규정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서비스 업종에서 특히 보호 수준이 낮다.
 
반면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과 공적 영역에서 상병급여 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아픈 노동자를 실직과 소득 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두 가지 제도 중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실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경상 비료비중에서 가계비부담 비중을 보면 33.3%에 달한다. OECD 평균(20.3%)보다 1.6배 가량 높은 수치다. 게다가 한국보다 공공재원의 비중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라트비아 등 2개국뿐이었다.
 
김수진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 노동자의 업무 외 상병에 대해 급여를 지급할 것을 의무화하고 그 외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공적 영역의 재원 마련을 통해 근로자들을 소득 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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