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반환·개발비 손실·소송 부담까지…코오롱생명과학 존립 위기
추락한 인보사, 시장 퇴출에 해외 진출도 좌절…업계는 "식약처 결정 존중" 선긋기
2019-05-28 14:59:41 2019-05-28 15:21:0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세계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세포치료제에서 한순간에 시장 퇴출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 인보사와 함께 끝없는 추락이 예고됐다. 시장 퇴출에 해외 진출 좌절은 당연해졌고기존 환자 및 식약처의 소송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충북 오송 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세포 변경 사태로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된 지 60여일 만에 도출된 품목허가 취소 타격은 치명적이다
 
인보사는 지난 1999년 개발을 본격화한 뒤, 2006년 임상 돌입, 2017년 시판 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 29호다. 세계 최초의 비수술적 요법이 가능한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임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의약품으로 떠올랐다. 출시 1년 반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서는가 하면, 1분기에만 26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 매출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반열에 성큼 다가섰다. 현재까지 국산신약으로 인정받은 30종의 의약품 중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은 인보사를 제외하고 5종에 불과하다.
 
최근까지 해외 수출실적은 미진했지만, 지난해 총 1조원 이상에 달하는 일본, 중국, 중동, 홍콩·마카오, 몽골 등에 기술수출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잠재력도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기대감은 중장기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요소였다.
 
회사 측 자신감도 충만했다. 미국 임상을 통해 단순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골괄절염의 근본적치료제(DMOAD)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연 매출 10조원대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난해 매출이 13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보사 하나로 폭발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였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해 8월 미국 임상 3상 시료사용 승인 이후 "인보사는 오는 2022년 미국 출시 이후 글로벌 매출 TOP10 안에 드는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허가 취소로 인보사는 신 성장동력에서 회사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했다. 당초 해외에서 벌어들일 수 있었던 1조원 이상의 계약금 및 마일스톤은 사실상 백지화 됐고, 이미 수령한 계약금 역시 반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개발기간 투입된 2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도 손실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3700명이 넘는 기존 투약 환자들의 장기추적 조사에 소요되는 800억원 가량의 비용도 있다.
 
환자단체와 식약처가 제기한 소송 역시 부담이다. 기존 투약환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오킴스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모집된 손해배상청구 소송단은 244명이다. 허가 취소가 확정된 만큼 소송단 추가 모집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규제당국인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법인과 이웅렬 전 대표이사를 허가된 의약품과 다른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고발했다회사가 지속적으로 주장한 '고의성이 없었다'는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기업 신뢰도 회복도 어려워졌다.
 
업계는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에 전반적인 경각심을 강조하는 한편, 인보사라는 단일 품목이 바이오 산업 전체를 폄하하는 잣대가 되거나 관련법 추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강석희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장은 "식약처의 허가취소 결정을 존중하며 업계는 깊은 성찰과 반성을 하고 앞으로는 품질관리 글로벌 표준화에 만전을 다 하겠다"라면서도 "이번 허가취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신속하게 통과시켜 제2, 3의 인보사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허가 당사자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식약처는 향후 인보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인력 충원 및 체계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국장은 "이번 사태를 보며 개발단계에 대한 검증이나 검토가 미미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사태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현재 허가·심사를 담당하는 정규직 인력이 350명 정도 되는데 두배 정도 인력을 확보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판매중단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우석 대표이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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