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온라인 유통채널이 경쟁사가 퇴출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쿠팡이 불을 지르면서 시작됐다. 그간 공격적인 매출확장으로 올해는 흑자전환도 기대했던 경쟁사들은 쿠팡의 과격한 공세전환에 어쩔 수 없이 가격전쟁으로 복귀한 형편이다. 누가 먼저 백기를 드느냐 싸움에서 업체들은 적자가 가장 많이 쌓인 티몬을 주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쿠팡이 올 들어 실탄 공세에 나서 점유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지금 투자를 늦췄다간 영원히 밀릴 수 있는 형국이라 어쩔 수 없이 맞대응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쿠팡이 대놓고 가격할인을 벌이진 않지만 포털사이트 등의 광고 노출 빈도가 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었다”라며 “이런 광고가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라고 경계했다.
쿠팡이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20억달러 투자금이 마케팅 공세 실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1조3549억원의 자본금을 납입받아 기말 현금이 6424억원(전년 1758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 성장속도가 가파른 쿠팡은 더욱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점유율을 굳히겠다는 의도가 비친다.
쿠팡의 공세에 대형마트들도 긴장하고 있다. 맞대응 성격으로 이마트는 올해 처음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펼치는 중이다. 생활 필수품 가격을 내리는 프로젝트로, 신선식품을 주로 할인한다. 신선식품은 이커머스업체들이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약점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는 이같은 가격할인전략에도 손익분기점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은 특정 품목을 손해 보듯 할인해도 고객을 매장에 유인해 다른 상품 매출로 메꿀 수 있다”라고 전했다.
티몬이 지난해 말 진행한 가격할인 프로모션. 사진/뉴시스
상대적으로 동종 업종에서 경쟁 피로도가 심하다. 특히 점유율 후순위인 티몬이 적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업체들 대부분 적자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티몬은 그 중에서도 현금흐름이 적자상태다. 지난해 티몬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1169억원 적자였다. 전년 298억원에서 적자폭이 늘었다. 티몬은 슈퍼마트 서비스를 론칭해 신선식품 직매입 비중이 늘었는데 그게 적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이 인기라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지만 물류·보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적자도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라고 지적했다.
티몬 측은 그러나 “지난해 40%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고, 올초 기존 투자자로부터 500억 이상의 추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라며 “올해는 적자가 클 수밖에 없는 물류로 인한 투자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큐레이션딜에 더 집중하고 있고, 상반기 성과도 좋아 적자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은 사모펀드가 대주주다. 경영난이 가중될수록 자연히 매각설도 나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과거 한때 티몬을 인수하려고 접촉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출혈경쟁 끝에 업종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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