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대전 중구의회 박찬근 의원이 동료 여성 의원을 성추행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8대 의회에 들어서 두 번째 성추행 논란이다. 피해 당사자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의원은 이 문제가 불거질 것을 염두에 뒀는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해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피해 여성의원 A씨에 따르면 지난 5일 저녁 8시30분께 중구의 한 식당에서 사회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 4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는 것. 이 자리에서 의원들이 함께 맥주 2병과 소주 2병반을 마셨고, 박찬근 의원이 음주 후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태를 보이자,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했던 것.
A씨는 “식사 장소에서도 갑자기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질 않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면서 “취한 것 같아 술이 좀 깰 수 있도록 인근 커피숍으로 가자고 해서 이동했는데, 박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내 얼굴을 쓰다듬은 뒤, 손으로 잡고 도리도리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다른 동료의원들이 말린 뒤, 돌려보내졌다.
그는 “6일은 현충일이었고, 7일에 의회에 나갔는데 박 의원이 ‘기억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길래, ‘사과하지 마라, 받는 것도 지겹다’고 말했다”며 “지난 월요일부터는 얼굴을 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의장에게 청가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정례회 준비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는데, 모든 게 망가져버렸다. 멘탈도 망가졌고, 리듬도 다 깨진 것도 속상하다. 가족들에게 말도 못했는데,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심신의 안정을 취한 후에 형사고소도 검토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함께 자리했던 동료 의원들은 현재 언론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박 의원에게 지난 11일부터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언론과도 일절 연락을 피하고 있었으며, 한 언론에만 “술에 취한 상태여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탈당계 제출 이유에 대해서도 “더 이상 당에 누를 끼칠 수 없어 고민 끝에 탈당을 결심했다. 당에 있어봐야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11일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부분과 관련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5일 열렸던 윤리위원회의 징계 건과 같은 양상으로 자신의 제명 건을 회피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의원은 “박찬근 의원의 제명에 관한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지난 번 정옥진 의원의 제명 건이 통과되지 않도록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투표에 불참한 사례가 다시 연출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나올까 미리 탈당한 수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명안에 대해 다시 논의가 들어가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28일 저녁 의회와 중구청 간의 간담회에서 동료 여성 의원 두 명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윤리위에 제소돼 출석정지 30일씩 총 60일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열린 217회 대전 중구의 정례회 5차 본회의 폐회장면. 사진/중구의회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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