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가 오는 7월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합니다. 당초 지난해 12월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승인이 보류되면서 계속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그동안 업계는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승인 여부를 예의주시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 경로가 넓어지고, 제도권 내 수요가 늘면서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기대됐기 때문이죠. 실제 지난달 14일 백트 선물거래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다는 소식으로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선물거래는 이미 이뤄지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는 지난 2014년부터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내놨습니다. 2017년 12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나란히 CFTC의 승인을 받아 기존 금융권 내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얼마 전 CBOE는 거래량이 줄면서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추가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6월 만기 상품 이후에 당분간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가 7월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 백트의 선물거래 서비스는 왜 주목받는 것일까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거래소그룹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의 후광효과도 있을 겁니다. 백트는 ICE가 지난해 8월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면서 설립한 거래소입니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벅스,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백트에 투자하면서 설립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기존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품들과 다른 결제 방식 때문입니다. 백트는 암호화폐 보관과 거래,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처음으로 '실물 인수도(Physical Delivery)' 방식의 결제를 지원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실물 인수도는 선물거래에서 결제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실물, 이 경우에는 비트코인으로 인수도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CME와 CBOE 선물거래는 현금(달러)로 정산했습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 차익을 현금으로 주고받았던 것입니다. 비트코인 실물 없이도 거래가 가능했던 만큼, 비트코인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백트가 실물 인수도 방식을 통해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면, 비트코인 실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거래량도 증가할 것이고요. 업계에서는 전체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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