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임박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양국이 감수하고 있는 외교적·경제적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기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16일 "일본은 세계패권국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제1파트너"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을 통해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미국은 항상 일본의 의견을 우선순위로 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외교의 공간을 좁힐 우려가 있다.
한일관계 악화 여파는 정치·외교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 영역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거래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7.9% 증가한데 반해 한국에 대한 투자액은 6.6% 감소한 것이 그 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양국 간 교역규모가 9.3% 줄어든 가운데 이 중 중간재 교역규모가 8.3%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3위 교역대상국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매년 250억달러 정도"라며 "일본도 한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한다면 현재 상황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일관계 회복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G20 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교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해 1000만명의 양국 국민이 오갈 정도로 긴밀한 관계인 한국과 (G20 중) 양자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그걸 감수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인 듯하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일본 측이 비난을 받을 부분으로,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막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1965년 수교 이후 모든 정권에서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순탄치 않았다"며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인식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지금도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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