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 선 중형조선)"통폐합?…정부 정책기조 수립이 먼저"
정책 방향에 따라 생존 방안 차별화 가능…정부 "현 상황 마무리 후 관련 논의 시작"
2019-06-21 06:00:00 2019-06-21 0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형조선사 통폐합 필요성이 또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의 조선업 정책방향부터 분명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받는 성동조선해양의 매각 또 다시 불발됐다. 법원은 공개매각이 무산된 만큼 수의계약(경쟁계약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적당한 상대자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 방식을 통한 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마저 실패할 경우 성동조선해양 파산은 불가피하게 된다.
 
그동안 중형조선업계 허리 역할을 하던 성동조선해양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대부분이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중형조선사들의 연쇄 도산 위기감이 팽배하다. 중형조선사 통폐합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얼마 남아 있지 않는 중형조선사까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각사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해 선종을 특화해 수주할 경우 경쟁력을 높을 수 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 통폐합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마다 주력 선종도 차이가 있고 통폐합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근로자, 채권단들간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론상으로 통폐합이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로서는 모두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운 업체들끼리 통합될 경우 과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국내에서 중형조선사를 통합했던 사례가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선조선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중형조선업계도 통폐합 필요성은 공감하면서 현실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정부가 조선업 정책 기조 방향을 분명히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조선 빅3를 빅2로 재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중형조선사에 대한 정책 기조는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에게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설명도 없고 지원정책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형조선업계에 대한 정책 방향이 불분명하자 선주들에게도 발주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고객은 국내 선사가 아닌 해외 선주들이다. 선주들은 선박을 발주할 때 조선소의 경영상황이나 정부 정책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정부 정책 등 대내외 환경에 의해 발주한 선박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중형조선업계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해외 선주들도 중형조선사들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높다. 우리에게 앞으로의 정책이나 경영 전망에 대해 물어보지만 우리도 알 길이 없으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우리도 공격적인 수주를 할지, 각자 도생할지, 통합에 대해 고민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도 중형조선사 관련 정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한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중형조선사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성동조선해양 매각도 완전히 마무리된 것이 아니고 중형조선사별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현재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중형조선사 관련해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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