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운용 방침으로 '일관성'과 유연성'을 꼽고,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김 실장은 25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정책을 보완하고 조정하며 유연성을 갖는 게 경제정책 성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실장으로 임명되고 첫 지시사항이 정책 이해관계자와의 만남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언론, 국회, 재계, 노동시민사회 등과 상견례·인사 자리를 갖는 일정을 잡고 있다. 이런 만남을 통해 정부가 국민·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개했다.
김 실장의 적극적은 소통 노력은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공정경제'에 방점을 둘 경우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와 시장의 우려에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그는 특히 20세기 초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관료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일화를 언급하고 "케인즈가 '세상이 바뀌면 내 마음도 바뀐다'라고 했는데, 환경이 바뀌면 정책은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경제 정책만으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과를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재차 언급했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정경제를 먼저하고 혁신성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혁신성장이 동시에 중요하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득주도 성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경제정책 3가지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때 의도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 저의 확신"이라고 역설했다.
김 실장은 또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상호연결 돼서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난 2년 동안 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혁신성장이 뒤로 밀리고 공정경제가 너무 거칠게 나가는 것 아니냐 하는 일부의 우려는 제가 지난 2년 동안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가 다시 돌이켜보면 풀릴 오해"라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론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재벌개혁 진행 정도 등 다소 민감한 현안에는 "예상했던 질문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제가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론'에 대해선 "정부 부처에서 하는 일도 있고 최저임금은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제가 지금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소득주도성장의 내용과 과제, 성과, 평가 등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생각을 자세히 말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입장'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 답변을 드리기가 너무나 미묘하다"면서 "제 말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되면 오해하는 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고민과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정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나'라는 질문 역시 "전체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지금 답변을 하면 다음 공정거래위원장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스스로를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표현하며 본업은 '경제학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성향을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지지하는 '케인지언'으로 보는 시각에 "케인즈의 책을 다 읽었고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아담 스미스나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책도 똑같은 비중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반박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념적 기반이 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언급하고 "저는 하이에크의 책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느낀 사람"이라며 "어느 한 방향으로 저 자신을 규정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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