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책의 제목 '산 자들'은 저자의 수록작 '공장 밖에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수록작은 '해고는 살인이다'란 문구의 현수막이 걸린 파업 중의 공장 옥상을 배경으로 한다. 해고는 살인이므로 해고 당한 자들은 '죽은 자'이고, 이 명단에 오르지 않은 자들을 '산 자'로 규정한다. 죽은 자나 산 자나 일자리 유혈 경쟁에 참전하는 모두는 몸과 마음이 병든다. 구조조정과 파업, 재개발과 재건축, 취업난 등 한국 사회의 병폐를 우리 앞에 보여준다.
산 자들
장강명 지음|민음사 펴냄
저자는 2002년 등단 이후 '성찰'이 갖는 의미에 천착해왔다. 가족 사랑이나 청춘 성장부터 소수자 문제, 고독 등의 주제들을 다뤄왔다. 주로 인간 내면의 모순을 비추는 소설들은 때론 복잡다단한 현실의 거울이며, 때론 웅숭 깊고 따스한 인간 마음의 반영이기도 했다. 첫 장편인 이번 소설에선 소설가와 학생, 딸, 아내, 시민 등 여러 '얼굴'로서 사회 속 다양한 자신을 기록한다. 사람을 감싸 안는 따스함이 작가 만의 계절감 어린 온도를 빚어낸다.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열림원 펴냄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후 세계사적 사건들과 명료한 관련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이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낳았고 포퓰리즘 정치로 이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위기가 눈 앞에 닥친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전쟁과 독재 파국으로 귀결된 대공황 전후를 환기시킨다. 대공황이 히틀러를 낳았듯, 그는 지난 10년이 트럼프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붕괴
애덤 투즈 지음|아카넷 펴냄
이디스 워튼은 여성 최초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가다.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는 두 여인의 복수전으로 파시즘의 문제를 들추고('로마의 열병'), 어린 소녀의 눈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상을 통찰력 있게 짚어 낸다.('이에프릴 샤워') 여성에게 참정권 조차 없었던 시대에 100년의 간극을 뛰어 넘는 통찰력은 책 곳곳에서 빛난다. 인간의 허식을 조롱하고, 내면의 옹졸함과 불완전성을 파고 든 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를 소설 인물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징구
이디스 워튼 지음|이리나 옮김|책읽는고양이 펴냄
시인들이 반려견과의 시간을 마흔 편의 시로 옮겼다. 인간의 한 해를 일곱 해로 살아가는 개의 일생을 함께 하며 시인들은 여러 변화들을 체감한다. 서서히 둔해지는 개의 코와 귀, 그들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 사랑과 믿음, 우정, 행복, 영광, 그리움, 상실감, 두려움, 쓸쓸함으로 채워지는 시간들. 이토록 복잡하고 다채로운 마음의 겹에는 인간보다 1도 높은 반려견들의 따스함이 묻어 있다. 개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 따끈따끈함이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강지혜 외 15명 지음|아침달 펴냄
꿈이 사치의 동의어라 한다.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들 삶이라 한다.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저자는 체 게바라의 말을 마음 속에 새기기로 했다.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자.'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는 캐나다로 떠났다. 취업 준비가 시급한 청춘으로서의 현실보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 1만킬로를 일주한 184일의 여정에서 그는 '진짜 빛나는 나로 사는 법' 만큼은 배웠다고 말한다.
사서 고생도 스물아홉
김성우 지음|크레파스북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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