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 서울 은평구 푸르네마트 본점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민혁씨는 지난 6월말부터 불매운동을 앞장서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 기업들이 입는 피해를 가만 놔둘 수 없었다는 생각에서다. 마트 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주류를 비롯해 수입 과자, 담배, 소스류 등 100여개의 제품을 회수 조치했다. 식자재는 반품이 안되는데도 그 손실까지 감수했다. 그러자 불매운동에 동참하면서 응원을 보내는 고객도 점점 늘었다. 조씨는 정부와 일본의 정상적인 대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푸르네마트 본점'에 불매운동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마트와 슈퍼·편의점 등으로 확산되면서 뜻밖에 매출 상승 효과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매 운동 초기엔 일본 제품 판매 철회로 매출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지지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9일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확장되면서 여기에 동참한 마트 10곳의 지난 7월 둘째 주(7월8일~12일) 대비 셋째 주(7월15일~18일) 일평균 매출이 1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집계에서 활용된 표본 대상 마트의 위치는 서울 3곳, 인천 2곳, 경기도 5곳이다.
불매운동을 시행한 10곳의 마트는 처음 불매운동을 시작한 7월 둘째 주 당시 일본맥주를 비롯해 식료품 등 100여개의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일일 평균 매출이 3% 감소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롯데 계열 업체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다수의 프랜차이즈는 불매운동을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반사적으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중소마트로 발길을 옮긴 듯 보인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셋째 주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 분위기가 달라졌다"라며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시행 여부를 먼저 묻고 소비를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마트는 일본 제품이 200여가지 정도 돼서 몇가지 못 빼는 경우도 있는데, 직접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와 일본 제품이니 팔지 말아달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되는 '푸르네마트'에서 일본 맥주 제품 회수에 대한 설명이 고지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참여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54.6%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1차 조사 대비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국민 절반 이상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불매운동에 참여 의향을 드러낸 국민도 10명 중 7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역시 브랜드별 점주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불매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선 2000여개 편의점이 불매운동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편의점은 하루에 한 번 발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본사로부터 이미 납품받은 제품은 반품이 안 되지만, 불매 운동이 시작한 이후에는 가맹점주들이 발주를 선제적으로 줄이고 있다.
그 결과 편의점에선 상징성이 컸던 일본맥주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편의점 CU에선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맥주 매출이 2.3% 늘었지만 일본 맥주는 23% 감소했다. GS25에서도 지난달 17~30일 대비 이달 1~14일 기간 동안 전체 맥주 판매량은 1.5% 증가했지만, 일본 맥주 판매량은 23.7%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주들의 움직임에 마트 및 편의점 등은 장기적으로 일본 수입제품 매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라며 "점포에서 발주량이 줄어들면 제조사로부터 매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불매운동 기세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단체와 점포 등이 증가하고 있다. 2만여 회원사를 갖춘 슈퍼마켓조합, 재래시장조합, 자영업자 등이 불매운동을 다음주부터 본격화하면 5만여곳으로 불매운동 참여업체가 늘어나게 된다. 반면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롯데 등의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유통업체의 매출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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