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역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나 활력이 예전같지 않고, 대학은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학교 담장 밖을 넘기 힘들다. 그 사이에 낀 청년들은 열정을 가져 창업을 하고자 해도 어떻게 하는지도,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여기서 출발한다. 대학과 지역이 융합해 청년들을 키우고 나아가 청년들의 힘과 문화로 지역과 대학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캠퍼스타운은 혁신창업 전진기지로 여기서 성장한 창업팀은 IPO(기업공개) 나아가 유니콘을 꿈꾼다. 캠퍼스타운에서 활동 중인 샛별들,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편집자주)
"택시 운전을 하고 싶어하는 청각장애인의 '니즈'를 파악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택시운전사가 된다는 발상은,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송민표 '고요한택시' 대표는 이를 생각해냈을 뿐 아니라, 사업의 형태로까지 발전시키고 확장해나가고 있다.
송 대표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복지의 혜택을 보는 수혜자의 진정한 수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종사해 어릴 적부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송 대표는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갔다가 한계성을 느꼈다.
"기관에서는 의례적으로 행사를 하고, 받는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필요한 걸 해줄 수 있는 단체나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죠."
이후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때 사회적 기업체험 동아리를 우연히 접해 여러 프로젝트를 하다가 청각장애인 일자리 통계를 보게 된다. 운수업에 대한 니즈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확인한 송 대표는 승객과 청각장애인 운전자의 소통을 IT 기술로 가능케 한다는 사업 아이템을 추진했다.
"해외에서는 종이로 적거나, 노트북으로 필담하지만 한국은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에 맞는 필담 방법이 필요했죠."
막상 사회적 기업을 하려니 막막했지만, 캠퍼스타운에서 사업 방법에 대해 교육을 시켜줬다. 사회 문제 발굴, 시장 조사·분석 방법 등 기초적인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코액터스'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시행하기까지 어려움은 컸다. 택시회사와 청각장애인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오히려 청각장애인 관련 협회에서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택시회사가 계약을 파기한 경우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서울, 경기 남양주, 경북 경주 등 3곳에서 차량 13대까지 확대된 상태다.
"처음에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지만, 청각 장애인의 지원서가 수십개가 오는 것을 보면서 니즈가 많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고요한택시' 서비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승객이 고요한택시를 타면 승객석에 설치된 태블릿 PC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라는 음성이 나온다. 승객은 목적지를 직접 말하거나, 화면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든지 키보드로 입력하면 된다.
간혹 안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실제로는 비장애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55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1종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력 레벨이 50~70 데시벨이면 여러 사람이 이야기할 때 못 알아듣지만, 택시는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타는 서비스다. 통계적으로도 장애인 운전자 사고율이 0.012%에 불과해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운전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청각장애인은 단순 노무직 종사가 많아 월 소득 100만원 이하가 73.1%나 된다. 택시운전으로 버는 돈은 평균 200만원대 중반이며, 경력이 6개월 이상 쌓이면 300만원대로 뛰는 경우도 있다.
승객도 만족하는 편이다. 기사가 말 시키는 것을 싫어하는 승객이 많은데, 고요한택시 기사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승객이 기사에게 할 말이 있으면 태블릿 PC를 이용하면 된다. 대개 승객도 '에어컨 켜달라', '여기서 내리겠다' 등 요구가 일정하기 때문에 기기의 음성인식률은 높게 잡힌다.
또 승객 후기 중에는 사업의 공익성에 감동하는 글들도 많다. "'아이와 같이 타서, 장애인과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느낄 수 있었고 큰 교육이 됐다'는 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오자, 택시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 법인택시들은 기사가 모자라 가동률이 떨어지는만큼, 인식이 좋은 고요한택시를 도입하려 하는 것이다. 사업 대상지에는 곧 대구가 추가될 예정이다.
승객과 기사와의 소통도 보완 중이다. 기존에는 택시에 붙은 스티커를 보거나, 차량 안에 들어가서야 청각장애인이 운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기기를 다뤄야 한다는 점이 싫어 나가버리는 승객도 종종 나왔다. 이에 고요한택시는 SK텔레콤과 지난 3월 MOU를 맺고, 티맵택시 앱에 고요한택시 배차 알림 기능을 넣기로 했다.
앞으로 송 대표는 수도권과 광역시 같은 거점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운전을 원하는 청각장애인이 어디서든 하도록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다. 기사를 위한 교육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게 맡겨 더 전문적으로 다듬는다.
송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직접 행동에 옮겨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모전 보면 머리 좋고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실행을 누가 하느냐, 실행을 할 수 있느냐, 할 용기가 있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한번 실행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송민표 고요한택시 대표가 서울 중구 충무창업큐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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