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기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블록체인)블록체인의 삼중모순 문제와 암호화폐의 진화
2019-07-30 06:00:00 2019-07-30 17:04:15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이상인 탈중앙화(Decentralized)와 안전성(Security)과 확장성(Scalability)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3중모순(Trilemma) 문제이다. 그러나 완전한 삼중모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차선책을 추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트코인(Bitcion)의 작업증명(PoW) 방식은 안정성과 탈중앙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느리고 비싸서 사용자 확장에 한계가 있다. 10분 단위로 수만개의 컴퓨터가 합의를 해야 거래 내역을 블록으로 합의하는 구조이므로 비용이 크고 느릴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 안정성과 탈중앙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글로벌 민간화폐로써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인 돈'으로는 인정받았으나 '일상적인 거래 수단인 화폐'로는 쓰기 어려워 사용자가 빠르게 늘지 않는다.
 
리플(Ripple)과 스텔라(Stellar)는 탈중앙화를 포기하고 4~5초로 송금시간을 단축했으나, 소수 인사가 권한을 가진 민간 암호화폐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다만 업력이 비교적 오래되어 상당한 고객을 확보해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더리움(Ethereum)은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와 탈중앙응용플랫폼(dApp)이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제시했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열광하여 디앱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느리고 비싼 작업증명방식(PoW)의 한계 때문에 실용화가 지지부진하자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경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분증명(PoS) 방식은 많은 양의 지분을 담보(Staking)로 제공한 소수의 주체가 노드(Node)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나 중앙화 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임지분증명(Delegated PoS, dPoS)으로 진화하고 있다. 누구나 본인의 지분을 위임함으로써 작은 물량을 가진 주체도 지분증명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유통물량을 줄여서 가격하락 압력을 막는 이점도 있다.
 
EOS, 트론(Tron), 코스모스(Cosmos) 등이 위임지분증명방식을 이용해 1초당 처리량을 늘리고 수수료를 싸게 만들었다. EOS는 21개 노드, 트론은 27개 노드, 코스모스는 100개 노드를 운영함으로써 비용이 줄이고 속도를 높였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확정되는데 60분정도 걸리지만 EOS, 트론, 코스모스는 5초 내지 수십초로 단축했다. 지분증명방식은 속도와 확장성을 위해 탈중앙화를 어느 정도 포기했다.
 
2019년은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진입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6월29일 자금세탁방지 원칙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돼 암호화폐의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소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 규율이 만들어져 각국은 입법화와 규제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국제적인 제도가 만들어짐으로써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은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의 위치를 인정받게 되자 가격이 크게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ICE가 백트(Bakkt) 거래소를 만들어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9월에 개시할 예정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ETF가 허용되면 제도권의 자금과 일반투자자의 자금이 암호화폐투자로 유입될 것이다. 
 
발전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기업의 컨소시엄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Libra)에는 비자카드, 페이팔, 우버, 이베이, 스포티파이, 보다폰 같은 국제적인 거물들이 참여해서 미국 정부마저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클레이튼(Klayton)에는 LG전자, 셀트리온, 넷마블이 참여했다. 이들 컨소시엄 암호화폐는 대기업 중심의 연합체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어서 탈중앙화 정신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국제금융에 거대한 3파전이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기축통화 달러 위주의 국가발행 화폐경제와 다수의 민간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그리고 대기업 컨소시엄의 암호화폐 간에 피할 수 없는 금융전쟁이 전개된다.
 
최후의 승자는 인류 다수의 신뢰를 받아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팀이 될 것이다. 은행이나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값싸고 빠른 국제 결제시스템이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크게 흔들 것이다.
 
그 전장은 은행이 아닌 스마트폰이다. 편리한 사용성과 저렴한 비용 외에 민주적 탈중앙화 거버넌스(governance)가 핵심이 될 것이다. 수천년 동안 인류는 정부의 개입에 따른 과도한 화폐발행에 의한 자산 감소와 금융위기에 시달려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거대기업 수뇌부 몇 명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결정하는 방식은 보다 큰 빅브라더가 태어나는 것을 우려하게 한다.
 
새로운 국제암호화폐 발행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문제는 아직 해결책이 없다. 인류 다수가 참여하되, 독재자가 태어나지도, 혼란에 빠지지도 않는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삼중모순의 해결방안이며 이를 해결하는 팀이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의 승자가 될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3권분립과 직접민주제와 간접민주제를 결합한 거버넌스 메커니즘 디자인(Governance Mechanism Design)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경을 초월하는 소액 국제결제시스템이 비자카드와 경쟁하려면  '탈중앙화 1초 거래확정'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가 주도하는 컬러플랫폼은 1초거래확정 기술을 완성하고 민주적 탈중앙화 거버넌스를 적용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ckfrpark@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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