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 아일랜드 리미티드(이하 페이스북)와의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 자에 대한 처벌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한 것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 정부가 피해 유발 기업에게 제재를 가한 것이 법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용자 피해에 대한 현재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것을 방증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책임 소재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유사한 이용자 보호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CP)도 같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규제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P 업계에서는 이용자 피해에 대한 책임이 통신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망의 품질 유지와 접속을 보장하는 것은 망 사업자인 통신사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라며 "이번 판결 결과로 이용자 피해에 대한 책임이 CP가 아닌 통신사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입장 자료를 통해 "판결문 등을 참조해 제도적인 미비점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 업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CP와의 망 이용료 협상에 활용될 것을 우려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우회접속에 대한 과징금에 대한 판결이지 망 이용료와는 별개"라며 "CP들이 이번 판결 결과를 망 이용료 거부에 대한 근거로 활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이번 판결이 망 이용료에 대해 CP가 유리할 것은 없다"며 "상호접속고시 개정이 없었다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예전의 무정산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6년 정부가 발표한 상호접속고시다. 이는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보내는 곳이 비용을 내도록 한 규정이다. 기존에는 통신사끼리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 비용을 정산하지 않았다. 당시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KT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했다. 캐시서버는 사용자들이 미리 대용량의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접속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KT의 캐시서버를 경유해 홍콩의 본 서버를 통해 페이스북 콘텐츠를 이용했다.
하지만 상호접속고시가 발표되자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개별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페이스북은 홍콩의 본 서버에서 KT를 경유해 제공되던 두 통신사의 접속망 일부를 다시 홍콩으로 우회했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접속에 장애를 겪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해 지난해 3억96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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