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여야가 2~3일 열기로 합의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둘러싼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이 끝내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고자 한다면 우리는 국민과 직접 만나는 길을 선택하겠다"며 "2일 오전까지 기다리겠다"고 사실상 최후 통첩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가 후보를 검증하는 자리지 가족을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며 "가족을 심문해서 후보를 압박하는, 후보와의 진실을 둘러싼 정면대결을 피하는 비겁한 것"이라며 조 후보자 가족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선을 그었다.
반면 한국당은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풀기위해선 조 후보자 가족들의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후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청문회를 보이콧해서 무조건 조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의 의혹을 푸는 데 책무를 다하라"며 "핵심 증인도 없는 가짜 청문회를 하는 것은 청문회쇼 밖에 더 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핵심 증인에 대해 협의해 오늘이라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증인 채택 요구서를 의결한다면 오는 5~6일에는 인사청문회가 가능하다"며 청문회 일정 연기를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5~6일 인사청문회를 주장하며 "조 후보자의 가족 가운데 부인과 동생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증인 채택 요구를 철회하겠다"며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국회 논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아닌 민주당에서 협상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야당의 일정 변경 주장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대응할 게 없다. 당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동남아 3개국 순방차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직전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청문회가 정쟁화 돼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며 청문회 지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 후보자를 '좋은 사람'으로 표현한 것으로 임명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내 무산될 경우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일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송부 기한은 2일 저녁까지 국회 협상을 지켜보며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끝내 재송부에 응하지 않아도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이후 조 후보자가 '국민 청문회'나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늦게라도 인사청문회 개최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하겠다"며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소명할 기회를 기다려왔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합의하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을 나서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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