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이 주춤하면서 이달 정식 오픈을 앞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에 눈길이 쏠린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로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실제 시장 수요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그룹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 산하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백트(Bakkt)는 오는 6일 비트코인 커스터디(자산수탁)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이어 이달 23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 상품을 정식으로 선보인다. 앞서 백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현물 기반 비트코인 선물 거래 출시를 위해 6일부터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디지털애셋커스터디컴퍼니(DACC)를 인수하며 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했던 백트는 지난달 뉴욕금융감독국(NYDFS)의 신탁기관 승인도 취득했다. 켈리 로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는 "백트 신탁회사 승인을 받으면서 당국의 감독 기준을 만족하는 백트 웨어하우스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위한 자산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전통 금융기관 수준의 인프라를 통해 규제 준수와 보안성을 갖춘 비트코인 선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트는 지난 7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협의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대한 이용자 수용 테스트(UAT)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달 정식 출시하는 선물 계약 상품은 실물 인수도 방식의 월간 정산 상품과 일간 정산 상품, 두 종류로 알려졌다. 백트에 따르면, 이들 상품에 대한 비트코인 보관과 정산 과정은 백트 웨어하우스에서 이뤄진다.
백트(Bakkt)가 오는 23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정식 선보인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백트의 선물 상품이 주목 받는 점은 기존 비트코인 선물 거래와 달리 실물 인수도 방식의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실물 인수도는 선물 거래에서 결제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실물(비트코인)로 인수도하는 방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나란히 CFTC 승인을 받고 선보인 비트코인 선물은 현금(달러)로 정산했다. 실물인 비트코인 결제 방식은 백트가 처음인 셈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선물 거래는 실물 거래가 없어 비트코인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선물 거래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지원되면 실수요가 증가해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백트 상품에 대해 시장 호재 요인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거래량이 증가하고 유동성이 커지면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 가격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백트의 선물 서비스 시범 운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주춤했던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80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보유한 세계 최대 거래소그룹 ICE가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면서 설립한 거래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벅스,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백트에 투자하면서 설립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안정적인 거래 인프라와 ICE의 신뢰성이 안정적인 암호화폐 투자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자이 유입되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물론 실제로 선물 상품이 출시되고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던 CBOE는 거래량이 줄면서 지난 6월부터 선물 거래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트의 선물 거래가 기관 투자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나 제도권 진입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상품이 출시되고 실제 기대만큼 수요가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정식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주춤한 것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연말까지 2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만달러 밑에서 답보 중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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