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유통업계가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려면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착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혁신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고'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8일 전문가들은 유통업체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온·오프라인 결합 및 라스트 마일(배송 과정에서 고객과 마지막 접점)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부진은 미국 시장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의 대형마트 ‘월마트’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월마트는 '제트닷컴', '보노보스'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고, 식료품 픽업 및 집 안 냉장고까지 배송해주는 '인 홈 서비스' 등 혁신을 도입해 부진을 덜었다. 월마트 북미 시장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7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이 같이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도 기존 유통망을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업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온라인과 모바일이 전체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 채널이 중요하다“라며 "모바일로 고객과 접점을 넓혀 풀필먼트(고객의 주문처리 과정)를 고객이 가져가는 구조에서 업체가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대규모 매장에서 다양한 품목수(SKU)를 운영하던 것에 탈피해 구매빈도가 높은 상품수를 최적화하고, 남은 공간은 온라인 물류센터 등으로 활용해 면적당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 요소로 꼽힌다.
이에 맞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오프라인 진출로 온라인 시장의 한계를 탈피해야 한다고 관측한다. 실제로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2017년 무인 상점 '아마존 고'를 론칭하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창출했다. 고객이 앱을 통해 QR코드를 찍고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갖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15개의 매장을 확장하는 등 유통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내수 규모에 비해 유통 업체가 많아 온·오프라인 연계 등의 혁신 투자를 집행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북미와 유럽의 경우 면적이 넓어 다양한 서비스를 고안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혁신 서비스에 대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다. 이미 배송 속도에서 다수의 업체가 우수한 수준을 구축한 점도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소수 사업자로 시장이 재편된 뒤에야 혁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도를 겪는 업체를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혁신 서비스로 투자할 유인이 생길 것이란 관측에서다.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업체는 온라인을 침투하려 하고, 온라인 업체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일부 거점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마련할 것”이라며 “다만 이미 유통시장인 포화상태인 점에 미뤄보면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보다 기존 업체와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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