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송파구의 잠실 진주·미성·크로바 재건축 아파트, 이른바 '진미크' 아파트가 석면 해체를 앞두자, 길 건너편 파크리오 아파트 주민 등이 불안해하고 있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민 청원게시판에 잠실4동 주민이라는 청원자가 석면 해체를 방학으로 미뤄달라는 청원을 지난 6일 올려 현재 동의 숫자 2402명을 기록하고 있다.
진미크가 재건축 때문에 비어서 잠실4동에 현재 남은 거주민 집단은 6864세대 파크리오 아파트가 유일하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이들은 이르면 오는 14일부터 진행되는 재건축 아파트들의 석면 해체 절차를 겨울방학으로 미루고, 석면이 흩날리지 않도록 구조물을 규격비닐로 감싸는 보양 작업을 철저히 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진미크 중 진주아파트 조합과 미성·크로바 아파트 조합은 주민의 요구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진주 조합의 경우, 아직 석면 해체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작업을 시행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에 반해 미성·크로바 아파트 조합 측은 "방학에도 아이들이 학원에 가니, (상대적으로) 재건축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있을 때가 차라리 더 안전하다"며 "우리한테 돈 요구를 하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에 의해서 법대로 하면 되는데, 지난달 30일에 연 설명회 등에서 설명을 해도 듣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석면 해체 연기 요구를 주도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조합의 태도에 격앙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 비대위원장은 "돈이나 암보험 같은 사후 대책이 아니라 사전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석면 해체 업체가 D등급을 받았다는 등 믿음도 안 가고 아이들이 폐암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기 파크리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100석 밖에 안되는 장소를 설명회 장소로 잡아놓고, 인쇄물 자료도 나눠주지 않은데다 사업을 주도하는 조합 쪽 사람이 나오지 않은 태도가 문제"라며 "조합이 해체를 강행하면 시교육청에게 조합 고발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갈등은 오는 13일 주민 설명회에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조합과 시공사 롯데건설,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설명회에 나오기를 요구해 조합과 주민의 출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파크리오 뿐 아니라, 일대 학교 학부모들이 가세하기 시작한 점도 이번 이슈가 더 커질 예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의 적극적인 요구에 조합과 시공사는 한편으로 출구전략도 모색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계약을 하고 나서 알았는데, 석면 해체 업체 3곳 중 1곳이 작업정지 처분인 D등급을 받은 것은 맞다"며 "정당한 사유로 계약 해지가 어렵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감독 강화 차원에서 주민을 포함한 감시단 구성 같은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및 파크리오 아파트.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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