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올해도 4대 정유사가 전국 주유소의 가짜석유, 품질부적합 판매 등 적발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법 행위가 여전한 실정이다. 업계는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에 본사 방침을 강제할 수만은 없다고 토로했다. 관리감독기관에서 형식적 검사가 아닌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가짜석유, 품질부적합, 등유를 자동차 연료로 판매하는 등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불법행위 적발 사례 80% 이상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였다.
한국석유관리원 국정감사(2019) 제출자료. 자료/조배숙 의원실
이들 4개사 적발 건수는 2014년 알뜰주유소와 기타 상표가 없는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339건 적발 건수 중 79.1%인 268건이었다. 적발 건수와 퍼센티지는 2015년 전체 397건 중 315건(79.3%), 2016년 494건 중 411건(83.2%), 2017년 524건 중 432건(82.4%), 2018년 584건 중 482건, 올 1~8월 전체 278건 중 239건(86%)로 전반적인 증가 경향을 보였다.
정유사별로는 SK 주유소가 2014년 89건, 2015년 117건, 2016년 169건, 2017년 189건, 2018년 210건, 올 1~8월 116건 등 6년간 총 89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오일뱅크가 같은 기간 62, 66, 94, 79, 105, 39건 등 총 445건, GS 68, 58, 80, 89, 98, 45건 등 총 438건, 에쓰오일 49, 74, 68, 75, 69, 39건 등 총 374건 순이었다.
불법행위별로는 2014년 4사 모두 가짜석유제품 판매가 두드러졌으나, 2015년부터는 품질부적합 적발이 가장 많았다. 정유 4사의 품질부적합 적발 건수는 2014년 88건, 2015년 183건, 2016년 214건, 2017년 236건, 2018년 276건, 올 1~8월 18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짜석유제품 판매는 지난 5년간 156건, 117건, 153건, 135건, 113건으로 100건 이상을 상회하다 올 1~8월 17건으로 크게 줄었다. 등유를 자동차 연료로 판매한 행위는 같은 기간 27, 34, 52, 70, 98, 39건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유소의 불법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그간 석유관리원과 지방자치단체·정유사들이 노력해 상당 부분 개선해왔다면서 현재도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가장 많은 적발 건수를 보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주유소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기 때문에 적발건수도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증기압·유동점 등 계절별 규격 변경 시 법적 기준보다 미리 공지하고 생산 자체를 법적 기준 시행일보다 40일 이상 앞서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주유소에서 재고가 소진되지 않는 경우 검사 시 스펙이 안 맞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사전품질검사를 주유소별로 시행해주고 있다. 자영주유소에도 직접 직원들이 방문해 품질관리 교육도 하고 실제 탱크와 홈로리에 석유 관련 수분검사나 등·경유 혼유 등 점검하기도 한다”며 “올 상반기에 3000개 넘는 주유소에 실시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측은 “지난 2007년부터 가짜석유제품과 품질불량제품을 식별할 정밀분석기기를 장착한 ‘Kixx 품질서비스’ 차량을 운영해 고객품질불만 등 발생 시 즉시 출동해 즉석에서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명했다.
에쓰오일 측은 “주유소에 품질관리테스트를 거쳐 통과 시 품질보증인증을 해주는 ‘믿음가득 주유소 제도’운영, 유통단계에서 부주의로 인한 불법행위 발생을 최소화할 계도활동 등을 통해 소비자의 정품·정량 구입 권리 보장에 노력하고 있다며”며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최저수준의 단속 적발률을 기록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정유사들의 자구책에도 적발건수는 증가추세다. 또 본사 차원에서 노력을 하더라도 다수를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는 ‘대리점’ 관계라기 보단 ‘고객사’이다 보니 지침을 내려 강제하긴 어렵고 서비스 유도에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영주유소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면 본사 조치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에서 적발할 때 단순과실과 악의적 과실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기관에서도 상황 개선을 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점검을 해달라는 요구다. 조 의원도 “석유관리원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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