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공정'을 앞세우는 한편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적극적인 재정운용 정책을 꾸려갈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이 4번째 시정연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또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면서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며 검찰개혁, 입시제도 개편, 채용비리 척결 등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메시지는 다음 달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일종의 '초심'을 되돌아 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공정한 대한민국'을 약속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이런 원칙이 흔들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약 30분간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 언급했다. 지난해 10번 언급한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혁신'도 12회에서 20회로 대폭 늘었다. '경제'는 27회에서 29회로, '평화'는 8회에서 11회로 증가했다. 반면 '포용'은 18회에서 14회로 다소 줄었고, '소득주도성장'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다. 재정이 마중물이 됐고 민간이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겨우 정책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우리 경제가 대외 파고를 넘어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께서도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때까지 재정의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청년 고용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자평하거나 "공수처 법안 등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 할 땐 야당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28번의 박수갈채를 보내며 응원한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박수 없이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거나 "그만하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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