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소비 확대와 경제 활력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내세우며 올해보다 10.6% 늘어난 39조5282억원이라는 내년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역대 유례없는 확대재정으로 돌봄·미세먼지·주거 등이 주요 골자다.
서울시는 2020년 예산(안)을 39조5282억원으로 편성해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임기 첫 예산인 2012년 21조7829억원에서 8년만에 17조7453억원, 올해 예산 35조7416억원에서 3조7866억원 늘어난 수치로 서울시 역대 최대 증가폭이자 최대 예산이다.
내년 예산 39조 5282억원 중 회계 간 전출입금으로 중복 계상된 부분 4조2296억원을 제외한 순계예산 규모는 35조2986억원이며, 자치구나 교육청 전출 등 법정의무경비 9조945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집행규모는 25조3536억원 수준이다. 시세는 올해의 시세 징수전망액 등을 감안하고, 임금상승에 따른 소비 지출 증가와, 정부의 지방분권에 따른 세율 인상 등을 감안해 1조7666억원 증가한 19조5524억원으로 추계했다.
내년 정부예산(안)이 올해 339조원보다 6.2%, 24조원 증가한 424조원으로 확대재정을 편 것처럼 서울시 역시 정부와 같은 궤에서 예산편성이 이뤄졌다. 올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 전망이 2.0~2.2%에 머물고 있고, 건설·설비투자 부진이 극심한 상황이다. 게오르기에바 신임 IMF 총재가 최근 한국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를 권고할 정도이다.
슈퍼 예산 편성에 필요한 재정은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지방채 발행한도를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지방채를 이자 연 1.8% 수준으로 발행해 충당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재정적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년간 채무를 7조원 이상 감축해 투자여력을 비축했고, 세계적인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인 S&P가 4년 연속 AA등급으로 발표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내년에 확대재정을 하더라도 예산대비 채무비율(22.08%)이 행안부가 정한 지방자치단체 채무비율인 25%에 미치지 않는다. 서울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박 시장 임기들어 점차 감소해 2018년 16.14%까지 줄어들다 올해 16.89%로 다소 늘었다. 지방채 발행으로 5.19%p라는 큰 증가폭을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건전 수준이다. 저금리시대인 만큼 건전한 채무 유지와 예산 사용효과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서울시가 내세운 확대재정 운용 취지는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출발선을 지원할 시기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이유다. 박 시장은 “과감한 사람투자 확대로 위축국면의 서울경제를 확실히 순환시켜 활력경제로 전환한다”며 “지난 8년간 진행한 사람투자는 공공주택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공도서관 증가 등의 성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확대 △완전돌봄체계 실현 △획기적 청년 지원 △서울경제 활력 제고 △좋은 일자리 창출 △대기질 개선 △생활SOC 확충 등 7개 중점과제를 들었다. 그 중 2조1595억원을 투입해 인구절벽 상황을 타개한 완전돌봄체계 실현으로 임신·출산·보육 전 과정의 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내세웠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아동수당 지급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출산·육아 지원을 강화한다.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50%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구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어린이집 보조교사 지원, 거점형 시간연장 어린이집 확대 등으로 영유아 보육의 물적·인적 인프라를 갖춘다. 촘촘한 초등돌봄체계 구축에 1664억원을 편성해 공공책임돌봄시대를 열 계획이다.
8111억원을 투입해 사회문제로 확산된 미세먼지를 확실히 줄이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응도 대폭 강화한다. 미세먼지 주 배출원을 차단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보급, 운행경유차 저공해, 저녹스 버너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 등을 지원한다. 모든 지하철역사와 모든 시내버스에 공기정화 장치나 제거 필터를 설치하는 등 공기질 개선과 미세먼지 저감숲 조성, 공기청정기와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을 실시한다.
심각한 주거난 속에서 활로를 찾고자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이자 지원 등의 주거지원 확대로 2조4998억원을 투자한다. 신혼부부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임차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에 4450억원을 투자하고 분산된 주택지원 정책정보를 제공하는 ‘신혼집 찾기 원스톱 플랫폼’도 가동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급여 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장애인·어르신·노숙인 지원주택 공급도 강화한다. 공공주택 비율 10% 달성을 위한 공적임대주택 24만호와 추가 8만호 공급계획도 차질없이 투자할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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