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 모아라"…철강·화학 기업도 사내벤처 '바람'
포스코 '포벤처스' 1기 12개팀 30일 출범·코오롱인더스트리 '케이벤처스'도 내달
2019-11-03 06:00:00 2019-11-03 0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철강·화학 등 보수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기업에서도 사내벤처 ‘바람’이 불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 미래 신성장 사업 발굴의 핵심인 ‘벤처정신’을 사내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채택 시 창업까지 지원하는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업계에 도전과 혁신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사내벤처 ‘포벤처스(PVENTURES)’ 1기로 선발된 12개 팀 출범식을 가졌다. 아이템은 ‘딥러닝 기반 스마트 표면결함검사장치 공급’ 등 신기술 응용부터 ‘제철 부생가스 활용 액화탄산가스 제조’ 등 친환경 사업까지 다양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력 중개 플랫폼’도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회사가 시제품 제작과 마케팅 지원 등 제반 경비를 제공하고, 최종 선정돼 창업 시 펀딩과 판로개척도 돕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100억원 규모의 ‘케이벤처스(K-Ventures)’ 사내벤처펀드를 조성, 지난 9월 중순~10월 중순 한 달간 공모를 받아 현재 사내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부터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착수해 내년 3월 이후 사업화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기존 제조설비와 기술시험 인프라를 제공, 폴더블폰 소재로 사용되는 투명폴리이미드 필름(CPI) 자체 개발 사례처럼 ‘제2의 CPI’를 발굴해 소재 국산화에 기여하겠다는 기대도 있다.
 
포스코 사내벤처팀 '이롭(IROP)'이 모바일 화재감시 로봇을 조종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사내벤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도전 후 실패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실패해도 3년 내 회사로 복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장희구 대표가 직접 “100억원을 투자해 모두 실패하더라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불러일으킨다면 미래 수십조 가치를 창출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성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앞선 성공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부터 20년 가까이 사내벤처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영유아용 카시트 업체 ‘폴레드’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SUV 샤시 설계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이형무 대표가 2015년 사내 ‘H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지원해 이듬해 제품을 개발, 지난 5월 독립기업이 됐다.
 
현대차의 사내 스타트업 '튠잇'. 사진/현대차
 
차량 내 기체 여과기 제조업체 ‘엠바이옴’과 자동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사 ‘튠잇’도 사내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뒤 3~5년 숙성기간을 거쳐 같은 시기 분사했다. 삼성전자도 2012년 말부터 7년째 ‘C랩(Creative Lab)’을 운영, 현재까지 36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바 있다. 
 
다만 사내벤처로 시작해 분사하더라도 온전한 독립회사로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사내벤처 다수를 분사시켜본 기업 한 관계자는 “창업 후 폐업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기술개발과 특허등록, 벤처 창업 경험이 있는 유형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는 “대개 사내벤처는 소속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서 공유하는 형태로 시작하다보니 (분사 후에도) 종속적인 면이 있다”면서 “'모회사'의 경쟁사에도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갖기까진 또 자금과 인력, 기술이 소요되는데 그 전에 도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 연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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