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망원동 인근 카페에서 멤버들[윤도현(보컬)·허준(기타)·스캇 할로웰(기타)·박태희(베이스)·김진원(드럼)]을 만났다. 어느덧 가장이 되고, 기성세대가 된 이들은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더 솔직함으로 음악을 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내나 딸한테 뭔가를 이야기할 때도 솔직하지 않으면 충돌이 생기거든요. 기성세대가 되면 감추거나 하는 부분들이 많아지지만 저희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들이 많지는 않아요.”(윤도현)
“앨범이 데모는 아니니까 ‘절제된 솔직함’이라 봐주셔도 될 것 같아요. 진솔한 마음으로 곡을 써도 이후 과정에서 ‘다른 리듬을 써보자’, ‘이 부분 가사는 이게 어때?’ 같은 식의 멤버 간 의견 나눔 정도는 있었으니까요.”(박태희)
YB. 사진/디컴퍼니
‘국민 밴드’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대해 멤버들은 “그것 때문에 10집에서 변화를 추구했던 건 아니다”라며 “밥, 깍두기, 된장찌개로 한 끼를 먹었다면 자연스레 다른 음식으로 눈길이 가는 것과 같다. 옷도 한 옷만 입으면 다른 옷을 입어보고 싶지 않나”고 비유를 들었다.
전부 성격이 다른 멤버들은 25년 간 합을 맞추며 서로 보완 역할을 해왔다. “다 다른 사람들이라 그게 오히려 장점”이라 말하는 윤도현이 멤버들 특성을 차례로 소개했다. 두 문장 정도로 담백하게 소개하는 말에 ‘형제 애’ 같은 감정이 묻어 났다.
“태희형은 맑고 청순하고 배려심이 깊죠. 직접 쓴 ‘나는 나비’, ‘나는 상수역이 좋다’ 같은 곡 느낌과 비슷해요.” “준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친구. 제가 흔들리거나 할 때 ‘왜 거기서 흔들려’ 이렇게 잡아주죠.” “진원이 형은 예전부터 록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지 굉장히 스트레이트하고 심플해요. 삶도 사람도 직관적으로 바라보시죠.” “할로웰은 문화강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자란 친구. 미술 선생님도 했어요. 팀에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죠.”
YB. 사진/뉴시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멤버들 중 김진원이 도현을 소개했다. “도현씨는 대인배죠. 중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고 완충하는 역할을 늘 담당하시죠.”
데뷔 이후 정치, 사회적으로 간접 참여를 해온 밴드는 “음악으로 시대 정신을 구현할 뿐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는 것 보다 음악가로서 현 시대를 노래로 담아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밴드는 최근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다. 매해 5월 열리는 뮤직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환경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10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 장소를 문화비축기지로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배 밴드들과 ‘회복 콘서트’를 펼친 이들은 당시 기자들에게도 “환경 보호를 위한 공연”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새 앨범의 또 다른 타이틀곡 ‘생일’에는 자연의 소리가 담겼다. 제주도에 보컬 녹음을 하러 간 윤도현이 직접 채집한 자연의 소리다.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을 노래에 반영했다.
YB. 사진/디컴퍼니
25년 간 짧지 않은 활동을 해온 YB. 그들이 음악하는 이유, 밴드로서 오랜 기간 존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태희는 폴란드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폴앤록 페스티벌’에서 세계인들과 뒤엉켰던 경험을 털어놨다.
“60만명이 몰려드는 축제죠. 그들은 사랑과 평화를 외쳐요. 참여 뮤지션들도 출연료를 받지 않죠. 음악을 통해서만 느껴지는 사랑과 평화, 우정…. 저는 YB의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박태희)
“글쎄요. 왜 YB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내가 존재하기에 YB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YB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껴요. 늘 은은한 감동으로 와닿아요.”(김진원)
“지금까지 수많은 편지를 받았어요. 간호사부터 학생, 운전기사…. 결국 우리 음악을 누가 듣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가 YB에겐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역시 그분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음악하며 생각합니다.”(박태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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