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진정한 사랑이라…. 그것 참 어려운 질문이군요.”
주춤하던 그가 결국 자신들 노랫말과 꼭 빼닮은 답을 내놨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이타적인 것 아닐까요. 위험에 노출되면서까지 상대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놓는 것.”
영국 밴드 멈포드 앤 선즈로부터 사랑에 대한 일종의 통찰을 얻었다. 12일 서면으로 만난 멤버 벤 로베트(보컬·키보드·아코디언·드럼)는 사랑에 관한 한 거의 철학자 같은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대책 없이 빠져드는 것. 상대를 온전히 믿는 것. 하지만 동시에 실망할 기회도 함께 줄 수 있는 것.”
진한 사랑, 씁쓸한 이별을 진심으로 겪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 순도 높은 로맨틱 송 근원이 바로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랑이란 할 때에 참 아름답다”는 로베트는 “곡을 쓸 때 멤버들이 겪은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 같은 경험, 인간 본연의 감정을 자연스레 녹여 낸다.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담아) 곡을 쓰는 것은 이 시대의 훌륭한 감정 분출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과 밴드를 설명했다.
벤 로베트(왼쪽부터), 마커스 멈포드, 윈스톤 마샬, 테드 드웨인.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멈포드 앤 선즈는 영국 런던 출신의 4인조 밴드. 2007년 12월 마커스 멈포드(보컬·기타·드럼·만돌린)를 주축으로 로베트와 윈스톤 마샬(보컬·반조·도브로), 테드 드웨인(보컬·베이스·드럼·기타)이 결성한 팀이다.
정식 데뷔 전부터 교류해 온 이들은 25년 지기 음악 친구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만 형제들 만큼이나 돈독한 우정 덕에 ‘선즈’라는 단어를 밴드명에 아로 새겼다.
“실제론 아빠와 아들들이라기 보단 4명의 형제란 뜻에 가까워요. 가족사업에서 착안한 이 팀명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오프닝 공연 몇 번으로 그칠 줄 알았으나 데뷔 즉시 세계에 닿았다. 브릿 어워드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영국 그룹’, 그래미 어워드‘올해의 앨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60회를 달성한 북미 ‘Delta’ 투어…. 이 찬란한 기록들은 2009년 1집 ‘Sigh No More’ 이후 10년도 안 돼 이룩한 성과다.
멈포드 앤 선즈. 사진/AP·뉴시스
밴조와 만돌린 등 전통 악기를 레저네이터 기타에 섞는 이들의 음악은 독특하다. 잔잔하다고 여겨지는 포크 뮤직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자신들 만의 음악을 정립시켰다. 4명 모두 노래를 한다는 것도 밴드 구성으로서 특이점. 록의 폭발과 포크 잔향을 뒤섞는 이들 음악을 해외에선 ‘웨스트 런던 포크’라고도 부른다.
“포크, 록, 팝, 컨트리 같은 기준으로 저희 음악을 판단하는 시선이 편하지 않아요. 그저 관심 있던 악기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할 뿐이었죠. 만약 멈포드 앤 선즈가 5년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 펑크 밴드가 돼 있었을지도 몰라요.”
가장 최근 작인 ‘Delta’ 앨범부터 이들은 거의 ‘아트’ 수준으로 넘어간다. 일렉트로닉과 랩, 재즈적 요소를 더해 음악적 총체(總體)로 나아간다. 아델,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같은 뮤지션들을 제작한 세계적 프로듀서 폴 엡워스가 도움을 보탰다. “엡워스는 방대한 음악 지식을 갖고 있어요. 그의 영향으로 이번 작업 땐 클래식부터 댄스뮤직, 헤비록, R&B,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들었어요.”
이들은 주로 길 위나 밴 뒷자리에서 각자 곡을 쓴다. 만든 곡들은 함께 연주하며 다듬고 함께 부른다. 멤버 모두가 공동 작곡·작사자이자 공동연주자이며 공동 보컬인 셈. 거대 음반사의 제작 시스템, 사람들이 판단하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이들 음악이다.
멈포드 앤 선즈. 사진/AP·뉴시스
진한 사랑이나 아릿한 이별을 말하는 가사는 문학적이다. ‘물 위 돌처럼 당신의 팔에 무겁게 떨어져 안긴다’(곡 ‘I will wait’)거나 ‘나를 다시 빛 속으로 데려와줘’(곡 ‘If I Say’)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서정미 깊은 이야기들은 웅장하거나 활기 찬 그들 만의 멜로디에 실린다.
“멜로디 역시 이야기의 매개라 생각해요. 어떨 때는 개별 가사보다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 수 있게 하죠. 슬픈 가사를 반대 느낌의 멜로디에 붙이면 반전 효과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어요.”
밴드는 오는 15일 서울 서교동 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아레나급 세계 투어를 도는 팀이지만 한국에선 700명 규모의 작은 무대에 선다. 첫 한국 공연인데다 아직까지 국내 음반, 음원 세일즈 지표가 충분치 않다는 게 공연 주최 측 설명이다. 작은 공간 특성 상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는 점 때문에 업계에선 훗날 내한 공연사에 분명 회자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애초에 밴드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유년시절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죠. 한국은 저희에게 도전이지만 역동적 문화 모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멈포드 앤 선즈 첫 내한공연 포스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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