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출시한 맥주 '테라'가 인기를 끌면서 오비맥주는 감소하는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테라가 유흥시장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편의점 등 소매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테라 제품 이미지. 사진/하이트진로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테라'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오비맥주의 대응이 분주하다.
올해 3월 출시한 '테라'는 출시한 지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어 여름 성수기 시즌인 지난 8월에는 출시 160일 만에 2억204만병(330㎖ 기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초당 14.6병이 판매된 꼴로, 앞서 출시 100일 후 1억병을 판매했던 기간보다 두 배가량 시간이 단축됐다.
이같이 테라가 빠르게 맥주 시장을 점유한 것은 유흥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음용 트렌드 변화의 몫이 컸다. 테라의 경우 식당 등 유흥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 등의 소주와 함께 혼합해 음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유흥시장의 중요 지표로 삼는 맥주 중병(500㎖)의 7~8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6% 상승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에 조사한 '서울 주요 지역(강남, 여의도, 홍대) 식당 맥주 점유율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맥주 점유율은 테라 61%, 카스(오비맥주) 39%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테라 점유율은 강남 55%, 여의도 74%, 홍대 55% 등으로 집계됐다.
테라의 공세에 오비맥주 맥주 판매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비맥주의 모기업 '버드와이저 APAC EAST 부문의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APAC EAST 부문은 매출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뉴질랜드 지역의 매출이 포함되는데 오비맥주의 비중이 크다.
서울 시내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맥주. 사진/뉴시스
물론 여전히 소매시장에선 오비맥주 '카스'의 매출 점유율은 높다.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소매점 매출액 통계에선 '카스 후레쉬'와 '테라'의 매출이 각각 3526억, 866억으로, 약 4배 정도 카스의 매출이 더 높다. 할인점, 편의점 등의 소매점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오비맥주는 편의점 등 소매점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비맥주는 내년 종량세 전환에 앞서 2020년 말까지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 정책에 따라 카스 500㎖ 병맥주의 경우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가격이 하락한다. 이 같은 인하 효과는 상대적으로 유흥시장에 적용되기 어려워, 가정에서 구매하는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된다.
오비라거 제품 이미지.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는 유흥시장에선 이달 중순부터 'OB라거' 병맥주를 한정 출시해 '테라'의 대항마로 키운다. 뉴트로 열풍에 따라 과거 1952년에 적용된 복고풍 디자인을 재해석해 반영하고, 기존 프리미어 OB제품 대비 4.6도 낮춘 부드러운 음용감을 내세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당분간 판매 채널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상승세에 힘입어 맥주 브랜드 '하이트'의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올해 하이트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00억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올해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 판매 확대, 진로와 시너지 등으로 테라 소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 등으로 하반기 판매 가속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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