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블록체인 기술 활용, 산업별로 법·규제 이슈 살펴야
2019-12-18 06:00:00 2019-12-18 06:00:00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퀵서비스 플랫폼, 재난재해 서비스, 에너지 거래 플랫폼, 간편결제 서비스 등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과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광역시를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 대학, 대기업, 국책연구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하거나 적용해보고 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해당 단어가 주는 신선함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관련 서비스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왜 블록체인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시성, 홍보성 행정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실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가능한 것인지, 효과가 있을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별로 해당되는 법적 이슈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 법적 이슈 검토 필요
 
부동산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등기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유통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진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법률 이슈를 간과할 경우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잘못된 사항이 원장에 기록되었을 때 그의 취소나 원상회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사기 등으로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버렸고 제3자가 프라이빗 키도 탈취한 경우, 이를 어떻게 원소유자에게 복구시킬 수 있을지 문제된다. 현재는 등기부 기재를 등기공무원이 말소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화 된다면 이러한 중앙화된 방법을 사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이를 조정하는 중앙기관을 둔다면, 기존의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기존 소유자가 프라이빗 키를 분실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의 소유권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의료와 관련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료기록 등 의무기록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임의로 진료기록을 제공, 공유하는 것은 의료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의료법에서는 진료 관련 기록을 열람하거나 송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제21조, 제21조의 2). 실제로 정신병력 등 일부 정보의 경우는 취업이나 직장생활 유지 측면에서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 간 물류에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민법상 계약은 청약의 의사표시와 낙약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구성된다. 그런데 스마트 계약은 분산화된 암호화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자기집행적인 디지털 거래 내지 코드라고 볼 수 있어 (1) 이를 계약으로 볼 수 있을지, (2) 오류와 버그가 있을 때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3) 기존의 민사법적 취소, 무효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해 올 수 있을지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산업별로 다양한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법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적정한 것인지, 그와 같이 처리할 경우 사업성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은 아닌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규제와 충돌은 없는지 살펴야
 
기존 규제와의 충돌 부분도 실질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기존 규제 내지 관련 규제기관과의 마찰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분야는 해외송금, 결제, 기타 금융거래(자산의 토큰화, 크립토펀드 등)이라 할 것인데, 이들 분야의 경우 기존 규제가 엄격하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의 경우 외국환거래법이 적용 될 수 있다.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선도 업체들의 경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합동 조사를 받는 등 법적인 문제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한 바 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물론 등록을 받은 소액해외송금업자가 해외송금의 수단 내지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위법인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외에 블록체인 결제에 대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이, 크립토 펀드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이 각각 적용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하나의 대안적 방안이 되고는 있으나, 블록체인 기반 송금은 심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의 장벽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정리하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건전하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 규제와의 충돌문제의 경우 정부기관, 민간이 함께 협력해 신기술, 신산업에 맞는 규제로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 / 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주원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에서 근무한 바 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