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의 2020년 첫 공식행사는 서로의 추천도서를 나누며 책내음 가득 담고 출발했다. 서울시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본청·사업소·자치구·시의회사무처·투자출연기관 등 3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가졌다.
이날 시무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시무식에 앞서 식전행사로 열린 ‘공유책방’이다.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부시장과 주요 실국장, 25개 자치구청장들은 미리 선정해 서명까지 마친 추천도서를 가져와 추천이유를 설명했다.
공유책방은 매년 의례적으로 간부들이 일렬로 줄 서 직원들을 맞이하며 인사하던 신년인사회를 대체했다. 주요 간부와 각 자치구에선 전시한 추천도서 외에도 나누고 싶은 상당량의 책들을 함께 가져와 전시했으며, 이날 전시된 서적들은 모두 행사가 끝나고 원하는 사람들이 한 권씩 가져갔다.
박 시장은 모두 다섯 권의 책을 추천해 전시했다. ‘불평등의 대가’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저서로 ‘99 대 1’이라는 심각한 불평등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로 공정사회를 위한 정치의 역할과 새로운 경제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머지 네 권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우리아이들(로버트 퍼트넘)’, ‘축적의 길(이정동)’,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이다. 사회적 상처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 계급 이동 사다리의 붕괴 과정, 중진국의 함정 탈출 해법 등 박 시장이 평소 얘기하고 신년사에서 강조한 불평등, 사회적 우정, 중진국 문제 등에 대한 서적들이다.
강태웅 행정1부시장은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조영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두 권을 추천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허수경)’, ‘천천히 재생(정석)’를 나눴다. 문미란 정무부시장은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강충경)’과 ‘성공하는 조직의 리더십 모델(김양희)’를 내놨다.
추천도서를 보면 추천한 사람의 평소 관심사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듯이 25개 자치구청장들도 각자의 관심과 취향이 담긴 추천도서를 내놓았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추천도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김웅철)’,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디테일의 힘(왕중추)’,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제프 스펙)’ 등이 대표적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다산의 마지막 공부(조윤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의 ‘하워드의 선물(에릭 시노웨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미중 플랫폼전쟁 GAFA vs BATH(다나카 미치아키)’, 유동균 마포구청장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등은 평소 적지 않은 독서량을 짐작할 수 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의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등은 각 구청장들의 저서로 구정철학과 연결되기도 한다.
박 시장은 바쁜 시정활동에도 다독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 시장은 “월요일이나 금요일 휴가를 하루 내고 3일간 수녀원 같이 조용한 곳에 들어가 5~6권을 읽고 온다. 책은 정책에 영감을 주기도 하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으로 시작하는 한 해를 맞으니 너무 좋다. 100억원 정도를 들여 인문기금을 만들어 독서동아리나 작가, 서점, 잡지 등을 돕는데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위대한 시민들이 위대한 서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무식에서 박 시장은 ‘Ted 강연’ 방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으며, 힙합가수 치타가 출연해 청년의 애환과 서울시정의 비전을 담은 가사로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구청장들에게 추천도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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