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최근 운항을 중단한 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재정 악화로 5개월째 임직원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시름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본 불매운동 등 대내외 환경도 악화하며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월급의 절반 이하만 주다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내부 관계자는 "지급하지 않은 급여는 지난 설까지 주겠다고 공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운항 중단에 급여까지 지급되지 않자 일부 직원들은 대리운전을 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 악화는 안전 문제로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앞바퀴 상태가 좋지 않아 기장과 정비사가 운항 중단을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안전이 우려돼 내 가족은 태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국내 최초 소형항공사로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소형기 2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포, 제주 등 국내선과 후쿠오카, 기타큐슈 등 국제선에도 비행기를 띄웠지만 경영 악화로 지난달 28일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임직원들에 5개월째 월급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항공기. 사진/뉴시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일며 일본 노선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이 양양공항을 중심으로 운항을 시작하며 경쟁도 더 치열해진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와 경쟁했던 플라이강원도 지난해 11월 첫 비행기를 띄운 국내선 탑승률이 6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선은 탑승률이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하다.
LCC 큰 형님 제주항공도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오는 3월부터 최대 한 달까지 쉴 수 있는 무급휴가 신청자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15일 휴가 제도의 일수를 늘린 것"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직원 복지 차원으로 무급휴가 신청자를 받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일본 노선 부진으로 4분기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며 중국 관광객은 물론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공포가 항공업계를 덮쳤다. 앞서 사스가 터졌을 때도 국제선 운항이 일부 중단되며 여객의 30~40%가 감소한 바 있다. 메르스 때도 여객이 10%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까지 유행하며 일본 노선 대체로 늘린 중국 노선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며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이 줄고 있는데 악재만 계속 터지고 있어 올해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보낸 월급 미지급 사과 메일. 사진/독자제공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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