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뀌는 유통가)②아마존 행보 따르는 '쿠팡'…'수익-주도권' 줄타는 위메프·티몬
2020-02-09 06:00:00 2020-02-0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온라인 유통 중심 지형변화 와중에 쿠팡이 빠르게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그보다 후순위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점유율 경쟁에 매달린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헤게모니를 가진 업체는 없다며 유통업체 간 인수·합병(M&A)이 촉발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23번째 확진자의 롯데백화점 명동점 방문이 확인된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점에 임시휴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 유통 시장 지형을 변화시키는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비유될 만큼 치열하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해 12월 기준 '쇼핑 카테고리 모바일 월간 순사용자(MAU) 순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쿠팡(1398만명)이 차지했다. 뒤를 이어 11번가(657만명) 위메프(467만명) G마켓(425만명) 티몬(359만명)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모바일 월간 순사용자 데이터와 비교하면 '쿠팡'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쿠팡은 지난해 1월 1069만명에서 12월 1398만명까지 약 30% 증가했다.
 
쿠팡이 상당수의 고객을 늘리는 반면 2~5위권의 격차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사용자 순위 3위를 기록한 위메프는 연초(543만명) 대비 12월 사용자수가 13% 감소한 반면, 4위 업체인 G마켓은 연초(358만명) 대비 사용자수가 18% 증가했다. 이외에 각각 2, 5위를 차지했던 11번가와 티몬의 동기간 사용자수는 보합세를 보였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처럼 쿠팡의 압도적인 성장,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격차 완화 등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유통 시장 판도 변화를 재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이 촉진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시장이 3년 안에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시기가 더 단축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유통 시장의 판을 변화시키는 데 주도권을 가진 업체는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거래액 12조원, 매출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90% 이상의 직매입 상품 구조를 갖추고, 물류 인프라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의 신사업 확장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분기부터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쿠팡은 공공연히 "계획된 적자"를 내세웠다. 이미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적자를 해소하고 흑자전환하기 위해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M&A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쿠팡의 모티브가 된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비슷한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유기농 식료품 업체 '홀푸드 마켓'을 인수해 유통망 점유율을 확대한 바 있다.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아직 헤게모니를 장악한 업체가 없다"라며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 업체와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위권 이커머스 업체들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효율화하되, M&A를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소형 업체들은 최근 수익성 확보로 기조를 전환했다. 위메프와 티몬 등은 직매입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중개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11번가 역시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타임딜 등의 서비스를 통해 수익 추구에 나섰다. 적자 규모를 줄여 장기적인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M&A에 대비해 높은 매각 수익을 얻으려는 출구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시장 재편 전까지 업계 주도권 다툼은 치열할 것으로 봤다.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유통시장은 국토 면적이 작아 배송 속도 등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워 특정 업체가 지배력을 갖기 쉽지 않다"라며 "다만 업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출혈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수익성 개선을 취하는 양면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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