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코로나 분투' 정은경 걱정…"허탈하겠지만 힘냈으면"
외국은 한국 정부 대처능력에 높은 평가…"확진자 급증, 국가 역량 뛰어나다는 반증"
2020-02-26 13:44:43 2020-02-26 13:45:42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진들과 대화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온 정 본부장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 소개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정 본부장이) 조금 허탈하지 않을까(싶다)"며 "보통의 경우 맥이 빠지게 마련인데 체력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는 이달 초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수그러들던 시기에 '신천지교회'라는 초대형 돌발변수가 등장하고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일이 잘되다가 안 되는 쪽으로 가게 되면 우리도 보통 '맥이 빠진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이상 됐다. 건강을 걱정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 본부장이) 이번 사태로 인해 체력 저하가 없었으면 하는 뜻이고, 힘을 냈으면 한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의 쪽잠으로 버티며 방역상황을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25일에는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뒷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는 정 본부장의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정 본부장의 과거 일화도 소개했다. 2015년 5월 박근혜정부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가 터졌을 때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고,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으로 있었다.
 
당시 야당 대표 자격으로 질본을 찾은 문 대통령은 정 센터장의 브리핑을 듣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박근혜정부 때는 '메르스 확산 대응실패'를 이유로 감봉 징계를 받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1급인 실장을 건너뛰고 바로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영전해 화제가 됐다.
 
한편 국내 정치권과 언론에서 정부와 질본의 대응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반대로,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능력에 높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의학박사인 스콧 고틀렙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다"며 "그들은 거의 2만명에 대해 검사를 했거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일본은 겨우 1500명 정도 검사했으며 확진자 146명은 일본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들을 제외한 것"이라며 "일본은 그만큼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거대한 '핫스폿'(거점)일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24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신천지교회'로 인한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주요 이유는 한국사회의 개방성과 투명성 때문"이라고 했다.
 
기사에서 조지 메이슨(George Mason)대 한국분교 객원교수인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교수는 "한국에서 확진자 사례가 부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한국이 높은 진단 역량과 자유로운 언론환경, 민주적인 책임 시스템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동북아)지역에서 한국과 같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나라는 매우 드물다"고 소개했다.
출처/ 미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 캡쳐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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