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배달이나 온라인 대체 등을 활용해 생존에 나서고 있지만, 미용실, 목욕탕, PC방 등 손님이 찾아와 시설을 이용해야 매출이 발생하는 소상공인들은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다. 매출 하락은 물론 임시휴업에 폐업 속출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초기만 해도 간신히 버티던 미용업은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폭증한 이후 평일 고객이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지역 미용실은 70%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로 부산도 30%, 대전도 20% 가량이 휴업 중이다.
업무 특성상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 이상 밀착 접촉해야하며, 미용사와 고객과의 대화도 불가피하다. 그나마 찾는 고객들도 컷트만할 뿐, 염색·파마 등의 시술을 기피하다보니 객단가가 떨어져 매출 하락이 더 직접적이다.
미용업의 피해는 업주는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헤어디자이너)의 생계는 물론 채용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개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은 6개월~1년의 인턴기간에는 기본급을 지급해주지만 이후 기본급 없이 각자 손님 매출에 따라 수당 형태로 수입이 주어진다. 특수고용형태다보니 미용사의 수입도 절반 이하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3월은 전국 각 대학 미용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시장으로 쏟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년 2만여명의 졸업생 중 20%인 4000명 가량이 인턴으로 시작하지만, 올해는 채용 자체를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5~10%도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미용실은 2월말 채용키로 약속했던 예정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달말로 일단 미뤄둔 상태다.
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9년차 헤어디자이너 A씨는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고 일하다보니 얼굴이 짓무르고 답답하다”며 “2월은 겨우 버텼는데 3월이 지나도 이러면 당장 생활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목욕탕은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은 모습이다. 서로 밀집해 살을 맞대는 시설인데다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단골고객조차 목욕탕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80~90% 휴업 상태이며, 경남도 지자체 지도 아래 대부분 휴업에 접어들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던 서울 목욕탕들도 주 1~2회 임시휴일을 내며 코로나19 아래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목욕탕들이 대부분 영세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다보니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사회안전망에 사각지대에 놓였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곳은 유급휴가라도 하지만, 대다수는 세신사·카운터 직원을 줄이거나 가족경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바깥활동 자체가 없고, 워낙 목욕탕 찾기를 불안해 하니 다른 업종도 힘들겠지만 우리는 특히 더 힘들다”며 “매년 80여곳씩 폐업했는데 이러다 올해는 적어도 100곳 가까이 될 것 같다”고 있다.
경북 청도에 있는 찜질방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PC방은 아예 다중이용업소의 대표로 정부에 찍히면서 실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된다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한 기기를 이어서 사용해야한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까지 겹치면서 하루에 수차례 소독하고 환기에 신경써도 방법이 없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경기남부지부에 따르면 용인·성남·수원 등이 있는 경기남부지역에만 휴업한 PC방이 10여곳에 달한다. 용인 동백지구, 성남 은행동 등 유동인구가 상당한 지역에서도 임차료와 관리비를 각오하더라도 휴업하는게 낫다고 할 정도다.
불황없는 성장을 자랑하던 PC방 업계조차 아예 업종전환이나 폐업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김진우 경기남부지부장은 “직원 월급 주기 위해 PC를 팔아야 한다는 업주도 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정책자금을 준다는데 정작 어려운 점주들은 이용할 수 없다. 상황에 맞는 대책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PC방을 방문해 관계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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