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연합군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경영권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직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시선은 임시 주주총회 가능성에 쏠린다.
한진칼은 지난 27일 오전 소공동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포함해 7명의 사내·외이사를 선임했다. 선임된 사내·외이사는 모두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인물로,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이 내세운 후보는 단 한 명도 선임되지 않았다. 이로써 한진칼 이사회는 기존 인원을 포함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으로 꾸려지며 11명 모두 조 회장 측 인물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경영권 전쟁을 시작하며 근소한 지분율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총을 3일 앞두고 법원이 허위 공시를 이유로 반도건설 지분의 일부인 3.2%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며 조 회장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이어 주총 전날 2.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조 회장 손을 들어주며 조 회장이 승리를 굳히게 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사진/뉴시스
조 회장의 승리로 주총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경영권 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이 불리한 상황에도 지분율을 계속 늘리며 장기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도 우호 세력을 통해 지분을 계속 모으며 이에 대비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었던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지분율은 28.78%였다. 하지만 이후 반도건설과 KCGI 투자목적회사(SPC)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42.13%까지 늘렸다. 이 중 의결권이 제한된 3.2%를 제외하면 38.93%다.
조 회장은 우군 델타항공을 앞세워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며 5%가량을 추가했다. 3.79% 지분을 가진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도 제 편으로 만들며 모두 40% 안팎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모두 40% 이상으로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시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반도건설 허위 공시 판결을 받은 후 입장문을 통해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장기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임시 주총 시점은 예상할 수 없지만 반도건설 의결권 제한이 풀리는 6개월 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건설과 KCGI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진칼 지분 확보에 혈안을 올리고 있어 임시 주총이 열릴 경우 조 회장이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반도건설 허위 공시를 인정할지가 변수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악의 경우 문제가 된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이 투입한 자금을 얼마나 묶어둘지도 관건이다. 투자 자금으로 분양대금을 끌어왔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다음 공사를 위한 자금이라 마냥 한진칼 주식에 넣어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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