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에스프레스토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심할 권리'와 '잊혀질 권리' 드립니다"
2020-04-03 06:00:00 2020-04-03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인공지능(AI) 영상 네트워크 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손동현 에스프레스토(sPresto) 대표는 지난 2018년 팀원들과 식사를 하던 중 몰카 유출 사건 기사를 접하게 됐다. 몰카 범죄의 심각성에 분노한 손 대표는 에스프레스토의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손동현 에스프레스토 대표. 사진/에스프레스토
 
"불법 몰래카메라나 불법 영상유출 등의 문제는 IT 기술의 도움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왜 아직 관련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AI 영상 기술로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AI 영상 분석 기술로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릴리의 지도'와 불법 촬영 영상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디지털 장의사 '잊혀질 권리'다. 
 
에스프레스토의 불법 몰래카메라 탐지 서비스 '릴리의 지도'. 사진/에스프레스토
 
1mm 지름의 불법 몰래카메라 렌즈도 찾는 '릴리의 지도'
 
에스프레스토는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심할 권리 △잊혀질 권리를 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스프레스토의 첫 번째 서비스 '릴리의 지도'는 이 중 안심할 권리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름도 '안심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릴리프(relief)'에서 따왔다. 
 
릴리의 지도는 AI 딥러닝 기반의 비전 기술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불법카메라를 찾아내는 애플리케이션이다. 70cm 거리 내에서 각도 30도 안으로만 들어오면 릴리의 지도는 몰래카메라를 찾는다. 찾아낸 몰래카메라를 지도에 표시하고 후기를 남기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능도 있다. 손 대표는 기존 불법 몰래카메라 탐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을 이용했다. 
 
"기존 몰래카메라 탐지 기술은 전자기장이나 Led를 이용했습니다. 전자기장 센서를 활용해 무선으로 촬영 영상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기기를 찾고, Led로는 빛을 반사하는 몰래카메라 렌즈를 찾는 것이죠. 그런데 전자기장은 자기장을 거의 뿜지 않는 SD카드형 몰래카메라를 찾지 못하고, Led는 초소형 렌즈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자 AI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켜 몰래카메라를 찾게 했습니다. 그 결과 1mm 반경의 몰카 렌즈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릴리의 지도는 현재 약 300명을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버전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오는 4월 중순에 정식 서비스 시작과 함께 iOS 버전도 출시한다. 갤럭시 S6 이상이면 구동은 되지만,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는 갤럭시 S9 이상의 기기 카메라에서 이뤄진다. 
 
"현재 카메라를 절대 놓치지 말라는 뜻에서 오차범위를 설정했더니 몰래카메라가 아닌 것까지 카메라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조정하고 있지만, 카메라를 놓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는 릴리의 지도 서비스를 확장해 건물, 원룸촌, 호텔, 모텔 등에서 해충과도 같은 불법 몰래카메라를 찾는, 일명 '디지털 세스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식당에 붙은 세스코 마크처럼 에스프레스토의 마크를 받은 곳은 몰카 안심 구역으로 인증할 계획이다. 
 
에스프레스토 CI. 사진/에스프레스토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지켜주는 AI 디지털 장의사
 
손 대표는 불법 몰래카메라 영상을 예방하는 '안심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문제 발생 이후 '잊혀질 권리'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AI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잊혀질 권리'다. 현재 UX/UI를 완성하고 있으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하반기 중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이 유출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를 고용하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월 200만원을 수개월에서 수년을 써야 하는 비용 문제. 둘째, 영상을 디지털 장의사에게 건네면서 발생하는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와 영상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겪는 정신적 피해. 최악의 상황인 셋째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건넨 영상이 재유출 되는 경우입니다."
 
손 대표는 이 세 가지 문제 풀기 위해 다시 AI를 꺼냈다. 스마트폰에 피해자가 자신의 영상을 입력하면 온라인에 퍼져있는 불법 유출 영상을 탐지하고 삭제 요청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저희가 분석해봤더니 77% 이상의 불법 음란물에 광고가 들어가거나, 자막을 입히거나, 화질을 변경하는 등 편집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AI는 원본 영상과 이런 편집 패턴을 딥러닝 기반 기술로 학습해 유출된 영상을 찾아냅니다. 이렇게 되면 재유출 걱정도 없고, 타인에게 자신의 불법 유출 영상을 건네지 않아도 되며, 가격도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해집니다."
 
손 대표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음란 사이트의 영상은 모두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딥러닝 기반으로 영상의 특징만 추출하기 때문에 '잊혀질 권리'를 해킹하더라도 영상을 복구할 수 없다. 손 대표는 "n번방과 같은 폐쇄된 곳도 해당 망 접근 권한만 있다면 영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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