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전투표율, 누구에게 유리할까
2020-04-13 06:00:00 2020-04-13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5부 능선을 넘었다. 왜냐하면 사전투표가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공식선거운동은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각 지역별로 각 후보별로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선거 유세를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전 투표에 보인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10일과 11일 양일간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투표한 유권자는 1174만 여명이나 된다.
 
사전투표제가 무엇이 길래 이렇게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본 선거일보다 더 일찍 투표를 했을까. 사전투표제는 투표율이 낮아지는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고 편리한 투표 제도로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제도다. 2012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사전투표제도가 마련되었고 전국적으로 실시된 첫 번째 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편의성’이다. 사전투표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동안 실시된다는 점이다. 이틀 중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무 때고 편리한 시간에 가까운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면 된다. 편리함이 극대화되는 부분은 바로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집 주변 지정된 투표소에서 할 수밖에 없는 본 선거일과 달리 공항, 기차역, 버스 터미널, 각 지역의 주민센터 등 어디에서든 투표가 가능하다. 이 편리함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사전투표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때 12.19%였는데 1년 뒤인 대통령 선거에서 사전 투표율은 26.09%였다. 그런데 이 기록이 이번에 다시 깨졌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두 번째 이유는 ‘세몰이’다. 즉 각 정당의 적극 지지층은 사전투표를 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적극 지지층은 이미 어느 정당을 그리고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마음의 결정을 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본 선거일까지 지체할 필요없이 먼저 투표를 하게 된다. 정치적 관심이 많고 지지정당을 결정했을 개연성이 높은 호남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던 이유다.
 
정당과 후보는 적극 지지층이 전체 선거판을 끌어갈 수 있도록 투표를 독려하고 이 결과를 통해 본 선거일에 대한 결집을 유도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와 비교할 때 진영 대결 구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은 어느 후보나 정당에게 유리한 것일까. 역대급 투표율로 확인되면서 각 당의 계산은 빨라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한 여당의 적극 투표층이 대거 사전투표를 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본 선거일까지 합할 경우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며 설레발을 친다. 사전투표자들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게 투표했다는 논리다.
 
반대로 미래통합당은 해석의 방향을 전혀 달리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젊은 세대 중심이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아전인수식 접근이라고 경계한다. 오히려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대부분 본 선거일에 투표하기 때문에 충분히 역전 및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각 당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니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율만 공개했을 뿐 연령대별 투표율이 어떤지 남녀 비율은 어떤지 전혀 공개한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당선에만 눈이 멀어 편리한 방식대로 분석하고 있다. 어느 정당의 지지층들이 더 많이 투표했다는 꼬리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주관적인 시각이다.
 
사전투표제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주권자인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꼴불견은 사전투표 결과를 정치적으로 당리당략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권자인 유권자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곤두박질친 경제로 당장 내일을 안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되살려야 하는 21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최고 기록을 갱신한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국회 심판에 대한 준엄한 한 표이기 때문이다. 높아진 사전투표율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니다. 주권자인 유권자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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