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가 돕는 서울시 사업 미달…자격조건 완화로 전문성 하락 우려
엑셀러레이터 3곳 모집하려다 부적격 업체 1곳 지원…지원 조건서 업력 대폭 삭제
2020-05-03 06:00:00 2020-05-03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청년 창업가를 돕는 민간 업체를 모집하려다 암초에 부딪혔다. 공모가 미달되자 자격 요건을 낮춰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청년 창작자 성장지원사업 보조사업자(엑셀러레이터)' 3곳을 재공모한다고 3일 밝혔다.
 
민간 보조사업자를 통해 청년 창업가를 창업 기획부터 판로 개척 등 사후 활동까지 도와주는 정책으로 엑셀러레이터들에게 총 5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다시 공고한 이유는 이전 모집이 미달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20일에서 지난달 3일까지 A업체 1곳만이 접수했고 그마저도 부적격 업체였다. 해당 업체 실소유주는 이미 유사 사업의 예산을 지원받는 B업체 말고 A업체를 세운 뒤 신청해 중복지원 불가 조항에 걸렸다. 실적도 전혀 없다시피 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서울시는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우대조항을 삭제해 재공고했다. 기존 공고에서는 5년 안팎의 엑셀러레이팅 등 창업보육사업 운영 실적이 있는 업체 등이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자격 요건에서 빠졌다. 삭제된 우대조항은 △유통 마케팅 5년 이상 업력 보유한 단체 △변리사, 변호사, 기술사, 회사 임원으로서 해당 회사를 기업공개 해 본 자 △창업보육센터 5년 이상 경력자가 직원으로 본 사업에 50% 이상 참여하는 단체 등이다. 그나마 배점 비중에서는 '최근 2년간 유사사업 실적'이 100점 배점에 10점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가를 도와야 할 엑셀러레이터의 자질이 하향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 역시 '청년 사장님'처럼 살아남기 급급한 상황으로 제대된 역량을 갖춘 곳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배병윤 전 연세대 정경·창업대학원 창업학 객원교수는 "서울시가 액셀러레이터 파악이 덜 되거나 홍보가 부족해 미달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를 할 때 전문성 부분을 유심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4월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시민이 취업과 창업 활동이 이뤄지는 일자리카페 지도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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