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지주사 한진칼도 추가 자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올 하반기에 진행할 유상증자 1조원을 포함해 국책은행으로부터 받는 1조2000억원 규모 차입 실행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조 단위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문 매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며, 예정 발행가액은 1만2600원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오는 7월 6일에 확정한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신주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기존 주주는 오는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유상증자 방식으로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택했는데 이에 따라 지주사인 한진칼도 추가 자금 마련을 해야 한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는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배정받을 권리를 우선 부여한 후, 남는 물량(실권주)에 대해 일반 주주로부터 공모 청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 건 정부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자금 수혈에 나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앞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운영자금 2000억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산은과 수은에 1조5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마련해 제출하기로 하면서 이번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 창구. 사진/뉴시스
지주사 한진칼 유상증자 불가피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서며 한진칼도 오는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참여 방안을 논의한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보유한 자산 매각 또는 담보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경영권 분쟁 중이기 때문에 한진칼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문제는 촉박한 일정이다. 이를 고려할 때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율을 보통주 기준 29.96%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유상증자로 약 3000억원가량을 조달해야 이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00억원대로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소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한진칼은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조 회장은 제3자 배정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조 회장 우호세력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취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대한항공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소문 소재 대한항공빌딩 로비. 사진/뉴시스
조현아 연합 "제3자 배정 반대"
한진칼 정관 8조에 따르면 제3자 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이 독단적으로 유상증자 방식을 택하면 논쟁의 여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자 배정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조 회장이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은 제3자 배정 방식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가 늘면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들 주주연합이 밀고 있는 방식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다. 이 방식을 택하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조 회장은 배정받은 신주 전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주주연합이 전량 증자에 참여하면 주주연합은 지분율을 유지하고 조 회장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은 최근 제3자 배정방식을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한진칼에 보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월 기준 주주연합 합산 지분율은 42.74%로 조 회장 측 41.05%보다 앞선다. 양측은 다가올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50+1% 지분율 확보' 전쟁 중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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