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업계가 실적 개선에 기여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신용판매 확대 기조를 하반기에도 유지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 및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카드론 등의 대출 상환을 유예하면서 하반기에 부실이 한꺼번에 쏠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카드론보다 위험이 적은 '중금리대출'의 규모를 늘려 실적 보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등 신용판매 비중을 늘려 실적을 방어한 카드사들 사이에서 연체 현실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판매가 늘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결제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상쇄했다"며 "앞으로 경기 침체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두고 카드론 판매 규모를 늘릴지 또는 줄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지급결제로 수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에서 수년간 이어진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며 "카드론 취급이 늘어난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상환이 이행되는 추이를 보고 사업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한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증가 추세다. 월별 카드론 이용액은 △1월 3조9148억 △2월 3조8685억 △3월 4조3242억 등으로 집계됐다. 현금서비스 이용액도 △1월 4조2044억 △2월 4조2302억 △4조4124억 등을 기록했다. 카드론 등의 신용판매가 늘면서 7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217억원으로 전년(4568억) 대비 14.2% 신장했다.
다만 카드사 입장에선 카드론 비중 확대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채무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등의 대출 원금상환을 6개월 이상 유예해주는 정책을 내놓음에 따라, 하반기부터 연체가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중금리대출' 상품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론의 평균금리는 약 14%,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경우 23%대로 높지만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는 11% 이하, 최고금리는 14.5% 미만으로 부실 위험이 더 적다. 또한 중금리대출은 카드론과 달리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돼 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도 수월하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카드론보다 수익성이 적어 취급하지 않는 카드사도 있지만, 점차 취급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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